한줄 詩

자기 해방의 태도 - 박노해

마루안 2022. 7. 17. 21:23

 

 

자기 해방의 태도 - 박노해

 

 

세계에 대한 참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을 굳게 신뢰하는 것

 

쉽게 인정받거나 쉽게 실망하지 말고

숫자에 좌우되지 않고 나아가는 것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서로의 고독을

기꺼이 견지하며 함께 걸어가는 것

 

완전한 일치를 바라지 말고

고유성을 품고 공동으로 협력하는 것

 

삶의 자율과 인간의 위엄을 지키며

불의와 맞서 끈질기게 전진하는 것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긴 호흡으로

사랑하고 일하고 정진하는 것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느린걸음

 

 

 

 

 

 

신은 감사를 거절한다 - 박노해

 

 

만약 내가 팔레스타인에 태어났더라면

만약 내가 아프카니스탄에, 이라크에,

버마에, 다르푸르에, 북한에 태어났더라면

 

가난과 분쟁과 억압의 나라 앞에서

피와 눈물에 젖은 사람들 앞에서

한국인으로 태어난 게 감사하다면

저들의 불행을 피할 수 있어 감사하다면

 

신은 너의 감사를 거절한다

 

얼마 전까지 우리 부모와 할머니 할아버지,

선조들이 그렇게 살고 노동하고 저항하고

오늘 여기 코리아에 내가 서 있게 했다

 

지구 시대 내가 딛고 선 존재의 발밑에서

오늘도 굶주림과 공포를 살고 있는

그이들의 슬픔과 고통을 공유하는

그 마음만을 신은 받아들일 뿐

 

신은 너의 감사를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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