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칠 뻔한 전시회를 보았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전시회도 만날 인연이면 볼 기회가 주어지는가 보다. 이 전시가 그렇다. 인사동 전시장 몇 군데를 돌면 보통 종로 쪽으로 향한다.
오늘 점심을 먹기 위해 헌법재판소 쪽으로 이동하다 이 전시를 만났다. 만났다기보다 전시 포스터가 안내를 했다는 게 맞겠다. 별 기대 없이 들어갔다가 홀딱 빠졌다.
소동호 작가는 지난 5년간 오직 의자만을 찍었다. 서울 길거리 의자 프로젝트다. 이 작가가 마음에 든 것은 그가 찍은 의자가 한결같이 낡고 초라하다는 거다.
전시장에 걸린 사진 숫자는 거의 400여 장에 가깝다. 전시 공간의 한계인지는 몰라도 옆서 크기의 사진을 촘촘하게 배치를 했다. 오래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다.
내가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세상을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의자는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나는 과연 저 의자 만큼 쓸모가 있는 사람인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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