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뒤뜰 - 편무석

마루안 2022. 6. 30. 19:36

 

 

뒤뜰 - 편무석

 

 

안타깝게도 떠내려가야 했던 내가 타고 온 것은 눈물이었다 몇 차례의 정착지에서 덜컹거리며 말라 죽는 나를 던졌고 물수제비 뜨며 한 번만 더 이번이 마지막, 마지막이야 아슬히 우는 버릇이 늘 떠나는 이유였다

 

핏발 선 눈에 울음이 장작처럼 쌓인 종유석이 전봇대로 서서 골고루 빛을 뿌렸지만 정작 가장 어두운 말뚝이었다는 증언들

 

이따금 소소한 말들로 쉽게 큰 말을 지우는 재주는 참담하고 당혹스러운 가발이었고 말을 벗어 두고 사라졌어도 누구나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신통한 유혹이었다

 

성(城)은 성(性) 뒤뜰

 

어떤 날은 슬픔을 쪼그리고 앉아 빈 병을 불면 뒷문 앞으로 여우가 색소폰 닮은 울음을 닦아 보낸다는 소문을 더러워해야 하는 등불은 슬프고 안타까워 콜록거렸고 목에선 그을음만 끓었다 신비에 가깝게 키운 늑대가 멋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늑대다운 일이었고 조련사의 노련한 운영의 결과였다

 

여름 한철 무엇을 뽑아 버리고 무엇을 심어야 할지 모르면서 땅을 팠다 끝없이 들끓어 여름이었고 더 이상 팔 수 없을 때 여름의 설원을 알았다 구멍 뚫린 하늘의 느닷없는 사태에 야윈 어깨로 쏟아져 내린 눈 폭풍은 고도로 계산된 여름의 생산 기술이었다

 

잘 익은 울음의 껍질을 벗겨 주겠다던 나는 나를 홀딱 벗어 버리고 말았다

지금 여기,

 

 

*시집/ 나무의 귓속말이 떨어져 새들의 식사가 되었다/ 걷는사람

 

 

 

 

 

 

문상 - 편무석

 

 

진흙밭을 구르며

벌레처럼 살았다고

입에 달고 살다

조곤조곤 벌레 소리로 누우셨네

 

이승과

저승의 역사(驛舍)에서

사흘을 나누었는데요

꿈틀, 잠든 소리는 기척인데요

 

마지막 겸상에

가을볕 붐비는 환승역,

지는 해가 더 뜨겁다고

야단인데요

 

어디쯤에서 내려야 찬란(燦爛),

다음일까요

 

 

 

 

# 편무석 시인은 충남 태안 안면도 출생으로 <흙빛문학>, <작가마루>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나무의 귓속말이 떨어져 새들의 식사가 되었다>가 첫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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