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제주 둘레길을 걸은 적이 있다. 근 8개월 동안 다섯 번에 걸쳐 며칠씩 걸어 둘레길 완주를 했다. 제주까지는 비행기였지만 이후는 무조건 대중교통을 이용해 둘레길을 걸었다.
그때 길에서 만난 제주의 농작물 밭을 수없이 봤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말을 걸어 봐서가 아니라 외모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시종 자기들 말로 웃고 떠들면서 일을 했지만 그들의 노동이 안쓰럽기도 했다. 누구는 저렇게 뙤약볕에서 고된 일을 하는데 나는 한가하게 둘레길을 걷고 있다는 미안함도 들었다.
이 책은 우춘희 선생이 두 달간 실제 깻잎을 따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한 경험을 쓴 것이다. 유독 캄보디아 사람들이 깻잎 농장에 많이 일한다고 한다.
어디 깻잎 농장뿐이던가. 시골 농부들 말에 의하면 외국인 노동자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양파, 배추, 토마토는 물론이고 돼지농장, 양계장 등 축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인이 일을 하려 하지도 않거니와 설사 하더라도 임금이 바싸서 이주노동자 없으면 농산물 값은 물론 치킨, 삼겹살까지 엄청 가격이 오를 거라고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무분별하게 들어 와서 내국인 일자리를 뺏는다는 말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관광 목적으로 들어 왔다 불법으로 눌러 앉은 사람도 많다.
실제 이 책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당연 이주노동자들도 단속을 무서워하지만 농장의 한국인 고용주가 단속을 결사 반대한다고 한다. 단속으로 잡혀가면 농사가 완전 올스톱이라고 한다.
이주노동자 없으면 애써 지은 농작물을 제때 수확하지 못해 썩어 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말해준다. 농촌의 농장주들은 불법이든 합법이든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오기를 원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내 밥상에 오르는 거의 모든 음식이 그들의 손길을 거쳐서 왔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그들을 먹여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
깻잎 투쟁기, 이주노동자들의 고단한 한국 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무조건 적대시할 게 아니라 가능한 그들이 대접 받으며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네줄 冊'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 버릇 - 이명선 시집 (0) | 2022.07.19 |
---|---|
나는 내 인생에 시원한 구멍을 내고 싶다 - 박판식 (0) | 2022.07.07 |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 하상만 (0) | 2022.06.21 |
불량 판결문 - 최정규 (0) | 2022.06.12 |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시집 (0) | 2022.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