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빈혈 또는 슬픔증후군 - 김태완

마루안 2022. 6. 10. 21:52

 

 

빈혈 또는 슬픔증후군 - 김태완

 

 

원인을 찾기 가장 어렵다는 현상

 

못이 박히는 벽이 되어 보기도 한다

못질에 파이는 상처 하나쯤은 견딜 수 있다

너를 온전히 일으키기 위하여

더러 날카로운 문장을 쏟아내기도 하고

무성한 가시밭을 걸어보기도 했다

애증의 눈물이 가슴까지 젖어가는 순간에도

중심을 잡으려 질끈 눈을 감고 더 크게 눈을 뜨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보듬어 가며

장성할 그날을 위해 무거운 아침을 들어올렸다

빛나는 나날들이 꿈결같이 지나가고

온전하면 그것으로 됐다고 다짐하면서

잡초를 뽑아내는 농부가 되어

물이 되고 햇살이 되고

때로는 폭풍우가 되어 흔들어 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린 줄 알았잖아

안과 밖이 부둥켜안고 울어버렸다

 

그런 말이 어디 있을까 했는데

그런 말이 있었다

 

 

*시집/ 다음이 온다/ 이든북

 

 

 

 

 

 

개들도 가끔은 예의 있게 짖는다 - 김태완

 

 

먹고 살기 힘든 것도 사실이고

일이 어렵고 힘겨운 탓도 있겠지만은

부모를 잘못 만난 탓이겠지 풍요로운데 풍족하지 않은

무거운 황금을 들고도 한 줌 더 쥐려는 욕심처럼

그럴 시간에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게 좋거나

철저한 시간관리를 위해 이름 없는 것들은 의미 없거나

하루하루 눈물겨운 생의 나날들을 이어가는 것이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어도

이기적인 생각의 절반을 잘라내고 또 잘라내서

비워내고 비워내도 짖고 싶은 이것을 어쩌란 말입니까

제가 드린 한 줄의 문장이

낙하하는 별이라도 될 수는 없다는 겁니까

 

개 한 마리가 짖어대더니 덩달아

동네 개들이 모두 짖어댑니다

시끄럽다는 뜻입니다

그중 한 마리는 나일 수도 있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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