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양심수 - 송경동
감옥이 따로 없어
법정최저임금 정도나 받는 강제 노역에 시달린 후
저물 무렵 반지하나 옥탑방으로 자진해 입방하는
당신이 양심수
학자금 대출은 언제 갚나
실업의 번호표 달고 차디찬 면접장 찾아가 또 물먹고
좁은 고시촌 계단을 터벅터벅 올라가 스스로 입감되는
당신이 양심수
평생을 일해도
가질 수 없는 집 한칸 묵은 세간 꾸려
다시 낯선 주소지로 이감 가는
당신이 양심수
요양병원에라도 보내지면 다행
보호관찰도 없는 단칸방에서
누렇게 뜬 채 고독사하는
당신이 양심수
그래서 더 위험한 회유의 대상이어서
가끔은 기초수급자니 최임노동자니 청년수당이니 기본소득이니
알량한 당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당신이 진짜 양심수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창비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선언 - 송경동
우리는 당신들의 집과 건물이
깨끗하기를 바랍니다
그만큼
우리를 대하는 당신들의 인성도
깨끗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삶과 생활이
더 윤택하고 빛나길 바랍니다
그만큼
우리가 받아야 할 대우도
환하고 기름지길 바랍니다
우리는 노예나 종이 아닙니다
당신과 나의 권리는 서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불의를 바르게 정돈하고
잘못된 구조와 모순을 뜯어고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일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쓸겠습니다
당신은 닦으십시오
부디
우리가 치워야 할 쓰레기가
당신들이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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