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당신이 양심수 - 송경동

마루안 2022. 6. 8. 19:39

 

 

당신이 양심수 - 송경동

 

 

감옥이 따로 없어

법정최저임금 정도나 받는 강제 노역에 시달린 후

저물 무렵 반지하나 옥탑방으로 자진해 입방하는

당신이 양심수

 

학자금 대출은 언제 갚나

실업의 번호표 달고 차디찬 면접장 찾아가 또 물먹고

좁은 고시촌 계단을 터벅터벅 올라가 스스로 입감되는

당신이 양심수

 

평생을 일해도

가질 수 없는 집 한칸 묵은 세간 꾸려

다시 낯선 주소지로 이감 가는

당신이 양심수

 

요양병원에라도 보내지면 다행

보호관찰도 없는 단칸방에서

누렇게 뜬 채 고독사하는

당신이 양심수

 

그래서 더 위험한 회유의 대상이어서

가끔은 기초수급자니 최임노동자니 청년수당이니 기본소득이니

알량한 당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당신이 진짜 양심수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창비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선언 - 송경동


우리는 당신들의 집과 건물이
깨끗하기를 바랍니다

그만큼
우리를 대하는 당신들의 인성도
깨끗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삶과 생활이
더 윤택하고 빛나길 바랍니다

그만큼
우리가 받아야 할 대우도
환하고 기름지길 바랍니다

우리는 노예나 종이 아닙니다
당신과 나의 권리는 서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불의를 바르게 정돈하고
잘못된 구조와 모순을 뜯어고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일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쓸겠습니다
당신은 닦으십시오

부디
우리가 치워야 할 쓰레기가
당신들이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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