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 나이키 - 이우근
장세(場稅)를 못 낼 형편이라
외곽 담벼락 아래, 여기는
햇살이 참 따끈해요
그냥 모여 질끈 징검다리 놓아요
종일 기다려 몇 단 판 봄나물
파장 무렵, 눈길 끄는 저 신발
기술력이 좀 떨어진다고
나쁜 신발은 아니라네요
식구들 거 다 챙겨요
서울 것들, 눈여겨보지도 않을 테지만
임대료 유통마진 브랜드파워 세금까지 후려치고도
거뜬하다네요
서민경제 기여한다고도 하고,
그래서 십 리도 못 가 발병 나더라도
가야할 길,
조여매고 가고 싶어요
꼭 가요
이류(二流)라도 일류 흉내 내면서
결국엔 가장 하류가 되면
마음 편할 거라 생각해요
나는 가당찮은 희망을 꿈꾸지 않아요
옆 난전에서 만 원 석 장
트렁크 팬티도 마저 사서 입고
거침없이
달려 볼까나.
*시집/ 빛 바른 외곽/ 도서출판 선
묵호 북항(北港), 멸치국수 - 이우근
종일 슬슬 우려낸 멸치 국물에
단풍 삶은 듯
저 노을이 내리면
옛날 추억과 같은 반들거리는 김가루
국수는 서로 몸을 비비며
곁든 양념장과 일체로
내 몸으로 온다
오늘 하루도 뜨거웠다
소주도 뜨겁다
마음만 식는다, 그러나
오늘 일당으로 내일을 지탱할 수 있다
그 자잘한 반복이 사랑스럽다
많이 생각하면 교만해진다
묵호는 바래지는 것으로 변함이 없고,
설악산은 멀고 동해는 풍부하다
나는 저 먼 도시의 불빛을
어둠의 갈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 평등하면 참 좋을 것을
머물고 있지만 또한 떠나기 위한
북항은 어디에도 있다
미련은 접고 희망을 다듬질하는
저 물결이 잦아들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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