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마루안 2022. 4. 25. 19:15

 

 

 

오래전이다. 80년대 후반쯤일까. 유시민이 그리 유명하지 않을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김진경 선생의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와 함께 이 책은 너무나 인상 깊은 책이었다.

 

내 의식을 바꾼 책이라고 해도 되겠다. 물론 그때 내가 진보인지 보수인지도 몰랐다. 조선일보도 열심히 읽던 시절이다. 어쨌든 개정판이라고는 해도 두 번 읽는 책이 극히 드문데 요즘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공부가 되었다.

 

여전히 내 호기심은 9살 아이 같아서 꼬리를 물고 나오는 신간에서 눈길을 뗄 수 없다. 한 번 읽은 책을 모셔두더라도 다시 꺼내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 책은 처음 읽은 것처럼 흥미롭게 술술 읽힌다.

 

교과서나 매스컴에서 본 세상이 기본은 아니다. 유시민은 세계 곳곳의 역사를 뒤집어 본 시각으로 독자들의 눈을 새롭게 뜨게 한다. 특히 팔레스타인을 다룬 <눈물이 마르지 않는 참극의 땅>은 더욱 마음을 착찹하게 한다.

 

드레퓌스 사건부터 말콤 엑스 피살까지 어느 한군데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책이지만 유독 팔레스타인 문제에 오래 눈길이 간다. 유독 우리는 미국 입장에서 세계사를 보는 경향이 있다. 그 장에서 인상 깊은 몇 구절을 옮긴다. 

 

<유대 민족에게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고 거기에 살던 사람들을 내쫓을 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만약 모든 민족이 수천 년 전 조상이 한때 살았다는 이유로 남이 사는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폭력을 행사한다면 세계는 당장 전쟁터가 되고 말 것이다>.

 

훗날 <아랍 세계가 눈부신 사회 혁신을 이루어 미국을 능가하는 힘을 보유한다면? 이스라엘의 미래는 없다. 2천 년 전 조상이 떠난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을 시온주의자의 행위가 정당하다면, 빼앗긴 지 얼마 안 된 땅을 되찾고자 행사하는 아랍인의 무력 행사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