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머리맡에 두고 틈틈히 들춰보는 사진집이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군데군데 만나는 짧은 문구가 눈을 잠시 쉬어 가게 한다.
사울 레이터는 뒤늦게 유명세를 얻은 작가지만 참 시적인 작품을 남겼다. 필름으로만 있고 아직 인쇄되어 발굴되지 않은 사진이 많다고 한다. 이 책에서 실린 사진만으로도 사울 레이터의 세계을 이해하는데 손색이 없다.
사울 레이터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은 장면을 담았다. 자신만의 시각으로 본 풍경은 5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여행지에서 떼로 몰려 다니는 사진가들을 자주 본다.
누구나 찍을 수 있는 풍경을 찍기 위해 전봇대에 늘어선 참새들처럼 같은 장소에서 줄줄이 모여 사진을 찍는다. 과연 자신만의 특색이 나올까. 모든 사진이 작품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스마트폰 시대라 지금은 아무나 사진을 찍는다.
이런 때일수록 혼자만의 작품 세계가 필요하다. 꼭 멋진 장소를 찾아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이 책에 실린 짧은 문구 또한 사울 레이터의 작품관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누구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느나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좋아서 한 일이었다.
왜 그러한 일을 했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좋았으니까!
*내 삶은 활용하지 못한 기회로 가득하다.
며칠 전 나는 책장 사이에 끼워 둔 편지를 하나 발견했다.
30년 가까이 그 자리에 있던 것이었는데,
열어보니 전시회 초대장이었다.
*나는 잊히길 바랐다.
중요하지 않은 존재이고 싶었다.
*신비로운 일은 친숙한 장소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늘 세상 반대편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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