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 사울 레이터 사진전

마루안 2022. 3. 5. 21:20

 

 

 

내가 좋아하는 사울 레이터의 전시회를 다녀왔다. 서울에 좋은 전시장이 많이 있지만 남대문 시장 건너편 남산 아래 있는 피크닉 만한 공간이 있을까. 아주 오래된 동네였는데 이런 좋은 전시 공간이 생겼다.

 

남산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스마트폰 시대에 이렇게 옛날 냄새가 나는 동네도 드물다. 올초부터 가야지 했다가 오늘에야 갈 수 있었다. 오전에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마치고 바로 전시장으로 갔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방역에 철저했다. 무한정 표를 팔지 않고 매 시간 한정된 관객만 받는 것도 이유가 있었다. 예매할려고 하면 늘 매진이었는데 오늘 표도 3주 전에 겨우 예매한 것이다. 사설 전시장에서 이런 행정 쉽지 않다. 더구나 이 전시는 얼마나 인기가 많은가.

 

 

 

 

입구에서부터 나를 압도하는 사진들로 눈이 바쁘다. 이 문구가 유독 눈에 들어 온다. 전시회 제목이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인 이유를 이 문구에서 찾았다. 사울 레이터의 작품 특징이기도 하다.

 

한편 이런 문구도 있었다. <신비로운 일들은 익숙한 장소에서 벌어진다. 늘 지구 반대편으로 떠날 필요가 없다>. 사울 레이터는 많은 사진을 뉴욕에서 찍었다. 이번 전시는 1950년대에서부터 2010년까지 거의 60년 세월을 담은 작품이다.

 

 

 

사울 레이터는 컬러 사진이 대중화되지 않은 1950년대 중반부터 컬러 사진을 찍었다. 아직 출판되지 않은 필름 상태의 작품이 엄청나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 일부 사진을 슬라이드로 볼 수 있었다. 귀한 작품들로 대부분 세로 사진인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회는 전시장 1층부터 3층까지 사울 레이터의 생애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엽서보다 작은 초기 흑백부터 시대를 앞선 파격적인 패션사진까지 레이터의 작품 세계를 만났다. 1만5천 원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좋은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