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대통령의 염장이 - 유재철

마루안 2022. 4. 12. 23:05

 

 

 

예전부터 김영사가 책 제목 장사를 아주 잘한다. 이것도 하나의 경영 방침이다. 아무리 좋은 책도 팔리지 않으면 그저 종이에 불과하다. 신문은 야채를 싸거나 계란판으로 재생 가능하지만 일반 책은 그것도 어렵다.

 

저자 유재철 선생은 도합 6명의 전직 대통령을 염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과 법정 스님도 유선생이 보내 드렸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법정 스님의 속명은 박재철로 유재철 선생과 이름이 같다. 이것도 묘한 인연 아니겠는가.

 

책은 술술 익힌다. 세상은 요지경이라 죽음도 참 가지가지다. 유명인이나 노숙자나 죽으면 똑같다. 나올 때 혼자 왔듯이 갈 때도 혼자 간다. 공수래공수거라고 하면서도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아득바득 욕심 부리며 산다.

 

지인의 죽은 몸을 봤을 때나 장례식장에서 잠시 경건해질 뿐 돌아서면 욕심덩어리로 변한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죽을 때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니면서 아둥바둥 살아 뭐 하나? 그게 인간인 모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비우면서 살겠다고 다짐한다. 입으로만이 아닌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병 들어 죽으나 사고로 죽으나 같은 죽음이라 할 수 있으나 유언을 남길 수 있는 점은 차이가 있다.

 

창졸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저자는 부검을 해서 온몸이 꿰맨 자국인 시신을 염할 때 착찹하다고 했다. 죽음의 원인을 산 사람이 알아야 할 때 부검을 한다.

 

염장이는 드러내기 쉽지 않은 직업이다. 저자도 처음엔 누가 직업을 물으면 행사 기획자라고 했단다. 틀린 말은 아니다. 죽음을 주관하는 기획자가 염장이 아닌가. 요즘엔 염장이를 고상하게 장례지도사라 한다.

 

병원에 입원했다가도 임종이 가까우면 집으로 와 죽음을 맞던 풍속도 이제는 반대로 바꼈다. 죽을 것 같으면 서둘러 병원으로 가서 죽어야 한다. 장례식도 규격화 되고 상조회에서 장례 일체를 주관하기에 유족은 그들의 지시를 따르면 된다. 한 번쯤 읽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