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것들에 대하여 - 김명기
강아지 다섯 마리와 다리 부러진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다 놓으니 날이 저문다
이 좋은 가을날에도 태어나 버려지는 것들이 있어
저마다 살겠다고 어둡고 습한 곳으로 숨어든다
잊지 못한 자궁의 기억 때문일까
엉덩이를 돌린 채 고개를 파묻고 몸을 떤다
작은 몸에 손을 대면 고스란히 손끝에 전해지는 두려움
지붕을 맞댄 낡은 집들이 세상의 처음이자 전부인 곳에서
아무리 달래 보아도 눈빛은 돌아설 줄 모르고
털뭉치 같은 몸을 더듬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희미한 신음이 너무나 살고 싶다는 말 같아
나도 신음처럼 그래그래 입내 소리를
어둠 속으로 흘려보내며 무릎 꿇고 팔을 뻗는다
겨우 한자리에 모아 놓은 출처 알 수 없는 생들
어느 집 갈라진 아궁이 속 어둠이
그대로 남은 새까만 눈망울들에게
알아듣지 못할 사람의 말이 무슨 위안이 될까
그래도 다행이란 마음과 차라리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부여안은 조그마한 몸처럼 떨린다
*시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걷는사람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 김명기
버림받은 채 잡혀 와 바깥 견사에 갇힌
개들의 이름을 지어 주다 그만두었다
거절당할 이름만큼 실없는 것도 없으니
허기진 생의 결장에 갇힌 몸이란
살아도 산 게 아니란 걸 저들도 안다
창살 사이 눈을 맞추면 착한 눈빛
어디선가 잃어버린 이름이 보일 듯하지만
머지않아 잊히겠지 고개를 숙이고
하릴없이 바닥을 긁거나 빈 그릇을 핥으며
늘 그랬던 것처럼 체념이 익숙한 육신들
때로는 서늘한 눈빛으로 바람을 향해 짖어대는 건
아직 다 버리지 못한 마음이 있어서겠지
문도 벽이 되어 버린 녹슨 창살 사이
그 마음조차 번지지 못하는 성근 봄이 지나가고
나는 저들의 피붙이라도 되는 양
먼발치 만개한 라일락 꽃대를 쳐다보며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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