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사막의 별 - 오광석
컴컴한 새벽 도심 모퉁이에 기대 앉으면
밤새 비추는 인공의 불들
스스로 빛나는 별을 보고파
고비사막으로 데려다줄 택시를 부르는데
눈을 감으면 떠나는 사막의 새벽 여행
양의 소리를 들을 때 울리는 사막민족의 고함
두건을 두른 채 비단길을 따라 사막을 건너는
카라반이 되어 전설의 카라호토를 찾는데
지평선이 보이는 사막의 밤
넉넉하고 포근한 게르
뚫린 천장으로 빛나는 별들을 보다가
길을 따라 들어오는 신의 숨결을 받고 잠드는데
눈을 뜨면 날카롭게 각을 세운 빌딩들
빛나는 네온사인 아래
흔들리는 도시인들 속에 오지 않는 택시
하늘에 희미하게 빛나는 사막의 별
*시집/ 이상한 나라의 샐러리/ 걷는사람
낙엽처럼 - 오광석
가끔 한 가지 색으로만 보일 때가 있어
노란색으로 보이는 날
홀로 주안동 거리를 걸었어
빈곤해지는 은행나무들을 보며
빈곤한 지갑을 떠올리는 거야
색이란 감정의 집합이야
옆구리 허전한 바람에
떨어진 은행잎 속 숨겨진 기억들이
노랗게 올라왔어
청바지 청재킷이 어울리던 스무 살 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도
깔깔거리던 나는
칼라를 세우고 스프레이에
반짝이는 구두를 기대했지
풍성한 푸르름이 지속될 것만 같았던
스무 살의 날들이
푸석푸석해져 낙엽처럼
머리 한구석에 간신히 걸려 있다가
월급 통장처럼 쉽사리 앙상해지는 날이 되어서야
은행잎에 섞여 떨어진 거야
빛나는 황금색을 꿈꾸며 걸었던 거리
어느덧 누렇게 튼 얼굴로
코트 칼라를 세우고 움츠린 채
낙엽처럼 쓸려 가는 사람들
그 틈바구니에서
다시 다가올 가을을 기대하며
노란 은행잎을 보며 버티고 걸었어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휘파람새 울고 동백꽃 지니 - 안태현 (0) | 2022.03.26 |
---|---|
고사목 1 - 박소원 (0) | 2022.03.25 |
통점을 잃어버린 나는 더 이상 낙화가 아프지 않다 - 강시현 (0) | 2022.03.24 |
발 없는 남자의 구두 - 배한봉 (0) | 2022.03.24 |
나와 함께 사는 것의 목록 - 이기철 (0) | 2022.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