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끝난 대선 결과에 실망한 나머지 한 며칠 가능한 정치 뉴스를 멀리했다. 이런 걸 멘붕이라고 하던가. 그래도 워낙 넘어졌다 일어서는데 단련이 잘 되어 있기에 금방 추스리고 이 책을 읽었다.
누군 나이 먹으면 보수적으로 변한다는데 나는 거꾸로다. 확실히 나는 돌연변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나 DNA 자체가 절대 보수는 될 수 없게 설정되었지 싶다. 그러면서 점점 정치적 인간이 되어간다.
차일피일 미뤘던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부제가 <정치적 동물의 길>이다. 저자 김영민은 다재다능한 학자다. 평소 끊임없는 공부를 한 탓에 다방면에 정치적인 숨결을 불어 넣는 글을 쓴다.
이 책에도 전방위적인 분야를 오가며 독자가 정치적 동물임을 깨닫게 한다. 책, 영화, 미술, 사진 등 저자가 접했던 독서량으로 인한 지식에서 자신의 견해를 끄집어 낸다.
저자의 예전 책을 읽었을 때 느낀 거지만 독자의 마음을 잘 아는 학자이기도 하다. 다방면의 지식도 엄청나지만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대중적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자극으로 다른 쪽 책을 찾아 보게 만든다.
곳곳에 배치된 그림이나 영화 장면은 잠깐의 휴식과 한눈팔기를 하게 한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저자의 의도일 수도 있다. 이 책을 만든 출판사 어크로스의 기획은 독자의 손길이 무난하게 닿게 만드는 기술이다.
좋은 책을 만드는 것도 글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될 만큼 짧은 꼭지로 이루어졌다. 아무 페이지나 들춰 그냥 읽어도 무방하다. 꼭지 하나 하나가 개별적이면서 전체가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정치적 성향은 상관 없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정치적 지형을 바라보며 선택한 것을 서로 존중해주면 된다. 나는 왼쪽에서 봐야 더 편안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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