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덜어내고 덜 버리고 - 오한빛

마루안 2022. 3. 19. 21:45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예전엔 환경문제를 그저 입으로 떠들었다면 소극적이나마 실천하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거창할 것은 없다. 이 책 제목처럼 덜어내고, 덜 먹고, 덜 버리자는 거다.

 

무턱대고 실천하기보다 이런 책을 읽고 자극을 받거나 공부를 하면 된다. 그러다가 작은 것부터 조금씩 실천해 보는 거다. 좋은 자동차나 명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남의 차와 옷차림에도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것보다 되레 이런 책에 관심이 간다. 옷장에 옷이 가득한데도 입을 옷이 없는 것처럼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 이 책의 저자는 미혼의 젊은 여성으로 친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한창 멋을 부리고 꾸미는 데 돈을 쓸 나이인데도 화장도 몇 가지 기초 화장 외에는 하지 않고 옷도 교복처럼 한두 가지 색깔로 입는다고 한다. 매일 이옷 저옷 입어보며 거울 앞에서 고민하는 일이 줄어 아침 시간이 절약된다고 한다.

 

꼭 이렇게까지 하나 생각할 수 있으나 버려지는 옷이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는지를 알면 옷 하나 사는 데도 신중을 기하게 된다. 나는 화려한 명품보다 검소한 옷차림을 한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간다. 

 

유독 인상 깊은 대목이 있다. 저자가 얼마나 환경에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는데 책장이나 화장대를 중고품 거래로 샀다고 한다. 책장은 3만원인데 용달비가 5만원이었다. 그돈이면 웬만한 새 책장을 구매할 수도 있고 집까지 배송해주는데 굳이 이런 것을 감수하는 이유가 있다.

 

저자는 이왕이면 누군가에게 쓸모가 없어 버려질 수도 있는 가구를 사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갑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물건이 담긴 지구를 들여다보는 습관을 중고거래를 통해서 익힌다고 했다.

 

맞다. 나는 이렇게 또 배운다. 지구에는 너무 많은 생산물로 넘쳐나고 그래서 쓰고 남아 버려지는 물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덜어내는 기쁨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실천해보면 안다. 덜어내고 덜 버리고, 그것만이 고마운 지구에게 보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