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뎌야 희망이다 - 박지영
하루 치의 노동이 환전되는 곳 넓은 펜스 안의 마당에서는 풀섶에 떨어진 민들레마저 씨가 되어 높은 고철 담장을 넘기까지 넝마주이와 숨어든 이웃들의 슬픈 이야기들이 거래되는 곳 매일 풀섶에 눕고 둑방 길 아래 개천에 별처럼 숨어 있는 먹이들을 찾아 새들이 훑듯이 아버지가 가난한 삶을 견디는 넝마주이들에게 희망을 나누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집/ 돼지고물상 집 큰딸/ 실천문학사
넝마주이에 대한 애상 - 박지영
매일 마주한 그들의 웃음은 비린내가 났다 잘못된 선택이 인도한 삶과 하루의 고단함 또한 그럴진대 꽃을 볼 여유도 없이 하루 종일 떠돌다 고물을 얻지 못하면 펜스에 마주한 채 오줌을 누고는 했다 지린 펜스를 지나며 꽃들을 보는 우리 남매는 코를 잡고도 꽃을 바라보았다 허기진 그늘 속에 하늘거리는 민들레를 향한 눈길은 따뜻했기 때문이다
# 박지영 시인은 1968년 대구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50년째 살고 있다. 2013년 계간 <문학나무>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홀>, <통증 너를 기억하는 신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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