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밥집에서 - 이현조

마루안 2022. 2. 17. 21:40

 

 

밥집에서 - 이현조

 

 

곤드레밥집에서 차림표를 보던 아내가

어수리가 뭐예요 주인에게 묻는다

나물 중에 최고의 나물이죠

우문에 현답이다

 

주는 것만 먹다가

먹고 싶은 것만 먹는다

맛난 것만 먹다가

몸에 좋다는 것만 먹는다

 

나물 중에 최고라는 말에

생전 처음인 어수리돌솥밥을 주문한다

잘 차려진 밥상 앞에서

어머 이걸 어떻게 다 먹지 너스레를 떤다

 

당뇨와 심근경색을 앓던 아버지를 심장마비로 여의고

당뇨와 합병증을 앓는 엄마를 치매로 요양원에 모시고

중년의 나이에 깜박이는 기억력과

머리 어깨 무릎 발 허리 통증을 달고 사니 생긴 버릇이다

기왕이면 몸에 좋은 것이 최고여

 

천식으로 호흡기를 달고 살던 서방을 보내고

무릎 수술하고도 걷는 게 힘든 장모님

아픔으로 얼룩져본 사람만 할 수 있는 당부

자꾸만 배가 볼록해지는 딸에게

지지고 볶고 살아도 아프지는 말아라

 

 

*시집/ 늦은 꽃/ 삶창

 

 

 

 

 

 

마스크 - 이현조

 

 

식구란 밥상에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는 사이란다

 

지갑 없이는 나가도 마스크 없이 못 나가는 세상

잊어버리지 마라고 아내가 마스크 목줄을 해줬다

목에 매달린 마스크는 고스트버스터즈에 나오는 먹깨비 유령 같다

내가 먹다 흘린 음식 다 받아먹는다

담배도 피우는지 가끔 담뱃재도 뱉어낸다

 

식구가 하나 늘었다

함께 붙어 다니고 함께 밥을 먹는 사이

이름도 있다 케이에프 구십사

그나마 나보다 덜 먹어 다행이다

 

 

 

 

# 이현조 시인은 경기 용인에서 태어나 충남 홍성에서 자랐다. 2010년 <작가마루>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늦은 꽃>이 첫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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