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참으로 감동적인 영화를 봤다. 극장에서든 넷플릭스에서든 상위권을 차지하는 영화는 죽고 죽이는 범죄 영화나 일단 웃기는 게 우선인 오락 영화다. 코로나에 살기도 팍팍한데 영화라도 재밌어야 한다면 동의하겠다.
이 영화는 장이모 감독의 최근작이다. 초창기 영화 만큼은 아니나 그래도 영화가 과연 어때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려준 작품이다. 영화제를 Film Festival이라 하지만 사진이든 영화든 요즘 필름으로 찍는 경우는 드물다.
훗날 필름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중국 문화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모든 것을 관이 주도하는 시대에 집단 생활을 하는 주민들의 유일한 문화 생활은 영화 보기였다.
중국의 어느 소도시에 낯선 남자가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 온다. 영화가 끝난 한밤중, 필름을 훔치는 소녀를 목격한 남자는 소녀를 쫓는다. 소녀는 필름으로 전등갓을 만들어야 하고 남자는 그 영화에 나오는 딸의 얼굴을 봐야 한다.
광활한 사막에서 쫓고 쫓기는 두 사람의 행적을 보면 초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영화는 사막에서 시작해 사막에서 끝날 정도로 중요한 배경이다. 삭막했던 문화혁명 시대뿐 아니라 현재 중국의 문화 정책을 은근히 담고 있기도 하다.
이런저런 곡절을 겪으며 필름을 입수하나 필름이 풀려 오염된 사고가 생긴다. 극장 필름 기사의 지시로 온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 필름을 닦고 말리는 장면이 대단하다. 영화를 봐야 하는 주민들에게 극장 상영원의 기세는 웬만한 권력자 못지 않다.
필름을 훔친 소녀와 필름을 뺏는 남자의 목적은 각자 다르지만 무사히 극장에 걸린다. 이 과정에서 부모 없이 남동생과 살고 있는 소녀, 이혼하고 노동교화소에 갇혔다가 헤어진 딸이 나오는 장면을 보기 위해 탈출한 남자의 사연이 밝혀진다.
영화 상영전에 틀어주는 국가 홍보 관제뉴스에 남자의 딸이 나온다. 딱 1초의 장면이다. 이 영화 제목이 1초인 이유다. 남자는 필름 기사를 협박해 딸이 나오는 장면을 무한반복 틀게 만든다. 밤새 딸이 나오는 1초의 장면을 반복해서 보는 남자라니,,
영화는 슬프게 시작하지만 해피 엔딩이다. 광활한 사막 장면이 나올 때마다 구슬픈 서역의 음악 또한 이 영화의 영양가를 높인다. 장이모 감독이 왜 이 시대의 거장인지를 알려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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