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내내 마음이 답답하다가 먹먹하다가 했다. 영화는 한국 사회의 부당한 노동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원청과 하청의 수직 계약 관계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노노 갈등, 직장 내 성차별 등까지 다루며 노동자 연대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정은(유다인)은 7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하청 업체로 파견 근무를 명령 받는다.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퇴사하게 만들려는 회사의 목적이다. 송전탑을 관리하는 섬에 도착한 정은은 그곳 소장과 직원들의 냉담한 대우에도 이를 악물고 버틴다.
해고는 곧 죽음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얼마 못 버티고 떠날 것으로 생각했던 하청업체 노동자 충식(오정세)은 조금씩 정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엄마 없이 세 아이를 키우는 충식은 대리 운전과 편의점 알바까지 하며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가장이다.
근무 평가를 매겨 해고하려는 원청의 술책에도 불구하고 충식의 도움으로 송전탑에 오른 정은은 하청 업체 비정규직의 열악함을 알고 절망한다. 영화는 큰 반전 없이도 정은과 충식 간에 일어나는 관계와 소통의 끈을 시종 쫓아가며 잔잔한 감동을 일으킨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노동 계급의 차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어떻게 연대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저절로 깨닫게 된다. 해고 당하지 않으려는 목적 하나로 정은은 원청의 부당함에 맞서 갖은 모욕을 감수한다.
과연 정은은 원청으로 돌아가 계속 일할 수 있을까. 영화는 뜻밖의 반전으로 모두를 절망에 빠뜨리고 노동자 목숨을 돈으로 무마하려는 사측의 횡포에 분노감이 생긴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질긴 놈이 이긴다는 말이 진짜 맞다.
'세줄 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가 - 이란희 (0) | 2021.12.21 |
---|---|
국도극장 - 전지희 (0) | 2021.12.15 |
갈매기 - 김미조 (0) | 2021.11.22 |
혼자 사는 사람들 - 홍성은 (0) | 2021.11.11 |
좋은 사람 - 정욱 (0) | 2021.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