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그리하여 아주 사소하게 나는 - 박남원

마루안 2022. 1. 27. 19:23

 

 

그리하여 아주 사소하게 나는 - 박남원

 

 

내 인생은 그랬다.

대개는 남 위해 차려진 밥상머리에나 두리번거리다가

파장이 되면 군중처럼 지나간 유흥의 뒤끝으로 걸어 나와

쓸쓸히 혼자 저문 골목길 걸어 돌아오곤 했다.

욕망이 가리킨 자리,

숲은 언제나 무성하였으나

대개는 볕 드는 쪽으로 세상 나무들은 향하고 있었고

바람조차 흐르기 좋은 제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었다.

 

인간의 높낮이보다

옳고 그름이 내게는 항상 그리웠으나

그럴 때마다 저무는 저녁노을을 홀로 바라보거나

가끔은 조금 남아있는 희망의 시선으로 누군가를 애써 바라보곤 했다.

대개는 그냥 그렇게 살아온 것뿐이다.

살아오는 동안 누군가의 애틋한 호명 한 번 받은 적 없고

만인 중의 사소한 어느 하나가 되어

삶의 고갯마루 힘겹게 넘어왔을 뿐이다.

 

언제였던가. 한정 없이 비상하던 꿈을 꾸었던 때가.

사소한 흔들림만 남겨두고 아주 오래전에 날아가 버린 새.

그리고 그 사소함으로 내내 견디어왔던 길.

목 놓아 외쳐본 적도, 누군가를 밤새 그리워해 본 적도 그다지 없던

평이했으면서도 힘겨웠던 길.

만인 중의 어느 한 사람이 그러했듯

쓸쓸히 걸었던 바람 부는 들길.

 

 

*시집/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어느 날/ 도서출판 b

 

 

 

 

 

 

저 먼 별까지 혼자 걸어갈 테니 - 박남원

 

 

언젠가 나 죽어 내 영별식(永別式)장에는

굳이 바쁘신데 오실 일 없으시네.

살아 내내 외로움으로 지내는 동안

언제부턴가 외로움에 터를 잡게 되면서

마음 편히도 그렇게 살게 되었으니

마지막 외로움도 실은 해탈로 가는 한 길목 아닌가.

나 그간 잊고 지내던 이승의 노래 한 소절

목질의 목소리로 흥얼거리며

저 먼 별까지 혼자 걸어갈 테니.....

 

 

 

 

# 박남원 시인은 1960년 전북 남원 출생으로 숭실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89년 <노동해방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막차를 기다리며>, <그래도 못다 한 내 사랑의 말은>, <캄캄한 지상>,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어느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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