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뎅을 존중하라 - 정덕재
-시장 안에서 선거운동 금지
선거운동 기간에 오뎅 꼬치를 들고
사진을 찍지 마라
오뎅은 촬영용 소품이 아니다
뜨거운 국물 통에서
온몸이 불어터지도록 적셔진 오뎅은
학교 앞 조잘대는 아이들 간식
가득 따른 소주를 털어 넣고
한입 베어 무는 조촐한 안주
왁자지껄 점심도시락 빠지지 않던
단골반찬이다
생활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오뎅을
어느 한 순간
사진 속 값싼 모델로 등장시켜
수모를 줄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오뎅 들고 사진을 찍지 말아라
오뎅은 당신의 소품이 아니라
허기를 달래준 따뜻한 위안이었다
사거리 모퉁이
학교 앞 문구점
골목 전봇대에 기댄 리어커
세상 어디에도 수모를 받아야 할 오뎅은 없다
*시집/ 대통령은 굽은 길에 서라/ 스토리밥
검새의 날개 - 정덕재
-검사자격조건 추가
검사를 검새라고 부르는 것은 비아냥이 아니다
검사는 날개가 있어야 한다
남서풍이 불거나
동남풍이 불거나
바뀌는 바람의 방향을 기다리는 적벽대전의 제갈량처럼
날개를 단 검새는 중요하다
모든 삶은 존중되어야 한다
떨어지는 삶을 받아내는 날개의 힘으로
검새는 세상을 받쳐야 한다
3층 옥상에서 날아보라고 하면 잔인하다
안전매트를 깔아놓았다 해도
오줌을 찔끔 싸기 마련이다
날개를 단 패러글라이딩이 아니라
초당 백번의 팔을 흔드는 근육이
검새의 우선 조건이어야 한다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람을 받기 위해
마지막 양심의 날개를 펴기 위해
검새는 조종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날개를 펴도 조작된 삶이 감춰지지 않아
많은 새들은 불명예로 날개를 접는다
# 정덕재 시인은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비데의 꿈은 분수다>, <새벽안개를 파는 편의점>, <나는 고딩 아빠다>, <간밤에 나는 악인이었는지 모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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