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하루를 먹는다 - 오광석
아침에 일어나면 꺼내 먹는 바나나우유맛
밤마다 끓여 먹는 라면맛
홀로 창문에 매달리는
세상과 격리된 수감자
격리를 이겨내는 건
상자 모양 원룸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일
무수한 광고지만 불려 다니는
한산한 당산동 거리
입과 코가 없는 사람들이
서로에게서 도망친다
바이러스가 엉겨 붙을라
흩어지는 사람들
어제가 복사되어 붙여진 오늘
특별한 것을 찾는데
손님 끊긴 문 앞에 앉은 식당 아저씨
올려다보며 짓는 눈웃음
마스크 속 가려진 속상함이 보인다
어둠이 밀려오는 저녁 무렵
하늘에 노란 눈 하나 떠 있다
다크서클처럼 깔린 노을
구름 눈썹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시집/ 이상한 나라의 샐러리/ 걷는사람
새들의 출근 - 오광석
이른 새벽 당산역 건널목
부지런히 일터로 향하는 비둘기는
볼록한 배를 내밀고
머리를 좌우로 돌려 보며
급한 마음을 진정시킨다
지각 출근이야
늦으면 먹이가 줄어드는 일당직
조급한 그는 동동거린다
늘 숨 가쁘게 돌아가는 도시
휩쓸려 가는 삶은
뒤돌아볼 시간을 주지 않아
안타까움으로 배 채우며 살아가는
도시의 비둘기들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는
지난 삶의 증거
나란히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한 무리의 비둘기들이
어이구 어이구 소리 내며 동동거린다
지방에서 날아 올라온 나는
텃새들의 아침 출근 경쟁에서
한 걸음 뒤로 빠진 채
세상 둘도 없이 느긋한 폼으로
건널목 신호를 기다린다
# 오광석 시인은 제주 출생으로 2014년 <문예바다>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이계견문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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