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잔잔하면서 울림이 있는 영화를 봤다. 온갖 욕설과 폭력, 그러면서도 너무나 비현실적인 영화들이 많은 작금의 현실에서 이런 영화는 보석처럼 빛난다. 2년 가까이 코로나로 극장 나들이가 소원했는데 이 영화로 위로를 받는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여성이 이끌어 가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유진아, 그는 자기에게 말을 걸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 신용카드 회사 고객 상담실에서 일한다. 사람을 대면하는 것이 아닌 오직 상담 전화로 소통하는 것이다.
회사 동료들과도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 오직 칸막이가 있는 자기 만의 공간에서 전화로 사람을 만날 뿐이다. 온갖 진상 고객들의 황당한 상담을 천연덕스럽게 받아넘기는 실력 덕분에 우수 사원 표창을 받는다.
진아가 어릴 때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던 아버지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돌아온다. 어머니의 유산을 고스란히 아버지에게 넘기고 따로 산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버지 집에 설치된 홈캠으로 아버지의 일거수를 보며 외로움을 달랜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TV를 보고 잠잘 때 빼고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옆집 남자가 고독사를 당하고 이후 옆집에 다른 남자가 이사를 온다. 친구 많고 사교성이 있는 그 남자는 마주칠 때마다 말을 걸지만 진아는 불편하기만 하다.
"저를 혼자 있게 내버려 두세요." 회사 팀장은 진아에게 새로 들어온 사원을 교육 시켜달라고 하지만 진아는 내키지 않는다. 신입은 자꾸 진아에게 말을 걸고 점심까지 함께 먹자고 따라오는데 진아는 단호히 거절한다.
"나한테 말 걸지 말고 점심 시간에 따라오지 마세요." 진아는 신입에게 고객 응대 교육보다 이 말을 더 단단히 교육 시킨다. 진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혼자가 편해요."다. 혼자가 익숙한 진아는 과연 아버지와 옆집 남자에게 마음을 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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