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좋은 사람 - 정욱

마루안 2021. 10. 16. 19:18

 

 

 

이런 영화를 철학적인 작품이라고 하던가. 너무나 평범한 제목이라 재미 없게 느껴지지만 긴장감을 갖고 몰입해서 봤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면서도 재밌까지 있는 영화다. 누구나 자신은 그런 대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경석은 고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다. 음주 문제로 아내에게 이혼 당하고 혼자 살지만 인상 좋고 학생들에게도 좋은 선생님으로 평가 받는다. 교실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일어난다. 반에서 왕따를 당해 늘 혼자인 세익이 범인으로 의심 받지만 경석은 믿지 않는다.

 

부모가 없는 세익은 큰엄마와 함께 살고 알바까지 하며 학교에 다닌다. 딱 의심 받기 좋은 조건이다. 교무실로 찾아 온 학생 하나가 세익이 체육 시간에 교실에 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증언까지 한다. 상담실에서 세익을 만난 경석은 지갑을 훔치지 않았다고 완강하게 부인하는 세익을 믿기로 한다.

 

그날 이혼한 아내에게 연락이 온다. 갑자기 지방에 내려갈 일이 생겨 하룻밤 딸을 맡아달라는 부탁이다. 싫다는 딸을 달래 집으로 오던 경석은 딸을 차안에 두고 잠시 학교에 들렀다 온다. 그 사이 딸이 차에서 내렸고 그만 교통사고를 당한다.

 

딸을 다치게 한 트럭 운전사는 길에 서 있는 아이를 누군가 도로로 밀치고 도망쳤다고 증언을 한다. 경석은 딸과 함께 서 있던 사람이 세익이란 걸 알고 고민을 한다. 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만 하는가.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더욱 몰입하게 한다. 의심하는 순간 모든 것이 흔들렸다는 포스터 문구처럼 세익에게 쏠리는 모든 의심은 하나씩 풀리기 시작한다. 과연 지갑을 훔친 사람은 누구고 딸 아이는 어떻게 달리는 트럭에 뛰어 들었는가.

 

마지막에 결정적 반전이 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은 세상의 규칙을 잘 지키는데 다른 사람이 안 지킨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문제점을 밖에서 찾을 게 아니라 안에서 찾는 것이 빠를 때가 있다. 이 영화가 그걸 잔잔하게 일러 준다. 좋은 사람 되기 참 어렵다.

 

 

 

 

 

 

 

'세줄 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매기 - 김미조  (0) 2021.11.22
혼자 사는 사람들 - 홍성은  (0) 2021.11.11
남매의 여름밤 - 윤단비  (0) 2021.08.18
정말 먼 곳 - 박근영  (0) 2021.03.30
세자매 - 이승원  (0) 2021.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