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 강봉희

마루안 2021. 11. 22. 21:40

 

 

 

서점에 진열된 수많은 책들을 보면 과연 이 많은 책을 누가 읽을까 싶다. 어차피 나는 책 읽기에 게으른 사람이니 해당은 안 될 테고 단군 이래 최대 출판 불황에서도 이렇게 많은 책이 출간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작은 크기의 책인데도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이다. 저자의 이력을 보고 바로 구매한다. 이런 책을 만날 때 나는 망설임이 없다. 전문 글쟁이가 아니기에 문장이 매끄럽고 아름다운 건 아니다.

 

오직 죽은 사람에 대한 깊은 존중이 마음에 와 닿기에 어떤 소설보다 더 흡인력 있게 술술 읽힌다. 저자 강봉희 선생의 이력을 보자. 1953년생인 저자는 1996년 40대 중반에 암에 걸렸다. 병원에서 석 달 시한부 판정을 받았으나 극적으로 살아났다.

 

선생은 병실에서 다짐했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나간다면 아무에게도 돌봄을 받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자고,, 다짐처럼 그렇게 되었다. 예전에 염장이라는 직업이 있었다. 옹기장이 대장장이 등 특정 분야의 전문 인력을 말한다.

 

염장이가 대놓고 이 직업을 말하기 주저하는 직업이긴 해도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요즘은 장례지도사라고 한다. 이 책은 강봉희 선생이 오랜 기간 장례지도사로 일하면서 느낀 소회를 기록했다.

 

2004년부터 장례지도사협회 봉사단을 꾸려 지금까지 대구시 무연고자와 기초생활수급자의 장례를 치러드리고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면서도 귀천을 따지듯 죽음에도 귀천이 뚜렷이 존재한다.

 

고속도로에서 생긴 사고 소식을 기가 막히게 알고 경찰보다 먼저 견인 업체가 달려오듯이 세상 인심은 죽음에도 비껴가지 않는다. 병원도 장례식장에서 생기는 수익을 무시할 수 없다. 죽은 사람도 돈이 되는 사람이어야 업체가 달려든다.

 

저자의 삶이 귀하고 아름다운 것은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 무연고자, 기초생활수급자,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습에 나서고 있다. 병원이나 업체에서 외면하는 사람들을 챙기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죽음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장례식장에선 이쑤시개 하나도 다 돈이다. 빈소 사용료, 입관 용품까지 유족들은 고인을 위해 뭐든 해드리고 싶겠지만 결국엔 다 돈으로 연관된다. 사람들은 뭐든 해야 하는 줄로만 알고, 업체에선 그걸 핑계로 돈을 버는 것이다.

 

오랜 장례 경험이 있는 저자는 이렇게 충고한다. 남이 하라는 것을 무조건 따라 하지 마라. 업체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라. 그리고 기본만 하라.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 없다. 관 속의 꽃장식과 리무진, 수의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모든 죽음이 지금보다 더 소박해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생각에 깊은 공감이 간다. 저자는 마지막에 울림 있는 말을 남긴다. 세상에 객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통과 형식보다 인간에 대한 존중이 먼저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