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입술의 향기 - 이시백

마루안 2021. 11. 21. 19:25

 

 

입술의 향기 - 이시백  


살다 보면 이사를 다닌다.
이유야 저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터전을 간혹 바꾼다.

서식지를 안전하게 두려는 동물적 감각
살다 보면 다투고, 서운하고 아쉬움이
남는 흔적이 사는 곳마다 있다.

떠돌며 가장 섭섭한 건
추억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
또한 포기해야만 하는 미련도 얼마나 많은가
세상이란 떠나는 길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사는 동안 지상의 가치는 뭘까?
생을 다하는 날까지 고운 말을 해야 한다.
전달하는 말에서 꽃향기가 나야 한다.

이것이 살아있는 날에 최고의 미덕이다.

 

 

*시집/ 널 위한 문장/ 작가교실

 

 

 

 

 

 

상호보완 - 이시백  


물이 흐르는 곳을 바라본다.
수천 년 흘렀어도 지금도 흐르는 강물
나는 멀리서
가마우지의 적시는 발로 대신한다.
예전부터 발을 담그고
생활의 터전으로 살았을 가마우지
난 발만 담궈도 이미 온 몸이 젖어온다.
추위가 엄습한다는 말이다.
홀로 있어도
품위를 잃지 않는 새의 위상
혼자이나 초라한 게 아니라 당당하다.
강물에 살려면
당당해야 물살이 받아준다.
몇 천 년을 지켜온 물살이니
어찌보면 가마우지가
강물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 이시백 시인은 전남 강진 출생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2002년 <문학과창작>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숲 해설가의 아침>, <아름다운 순간>, <널 위한 문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