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步

북한산, 육모정-영봉-백운대-숨은벽-밤골

마루안 2021. 11. 13. 22:15

 

올 가을 날씨는 유난히 종잡을 수 없는 날이 많았다. 시월 초순 늦더위로 30도를 기록하더니 시월 중순 역대 가장 이른 한파가 몰아쳤다. 11월 들어서는 입동날 21도를 기록하면서 30년 만에 가장 따뜻한 입동을 기록 하더니 불과 며칠 후 다시 기온이 20도 가량 곤두박질치면서 북한산에 첫눈이 내렸다. 오늘 날씨도 맑기는 하나 바람도 심하고 오전 추위가 대단했다. 우이역에서 내려 곧장 육모정 입구로 향한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늘 들렀다 가는 용덕사에서 합장 세 번으로 신고식을 한다. 외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반야경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인다. 뜻은 이해하지 못해도 낭낭한 독경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추운 날인데도 얼지도 마르지도 않은 샘물을 지나 잠시 오르면 육모정 고개에 도착한다. 

 

 

육모정 고개를 지나면 저 멀리 인수봉이 보이기 시작하고 뒤를 돌아 보면 도봉산 자락이 펼쳐진다.

 

 

 

육모정에서 영봉 가는 능선길에 접어 들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서울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한겨울처럼 바람은 차갑지만 오늘 날씨가 맑아 눈이 시릴 정도로 조망이 좋다.

 

 

 

영봉 도착, 바람이 심하게 불고 너무 추워서 앉아 쉬기도 힘들 정도다.

 

 

실제 영봉은 헬기 착륙장이 있는 이곳인데 보통 그냥 지나친다. 여기서 보는 관망도 참 좋다.

 

 

 

영봉 정상 바위 아래 모퉁이에 앉으니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하고 봄볕처럼 따뜻하다. 잠시 쉬면서 보온병의 커피와 시루떡으로 요기를 한다. 따뜻한 커피향과 쫄깃한 찰시루떡, 거기다 탁 트인 조망이 너무 좋다. 살아 있음이 이렇게 행복하다.

 

 

 

영봉에서 내려와 하루재를 지나면 곧 인수암이 나온다.

 

 

백운봉암문을 지나 백운대에 오른다.

 

 

백운대에 오르다 주변을 둘러보면 바로 앞에 왕관처럼 백운대 바위가 보이고 옆에는 인수봉이 우뚝 서 있다.

 

 

 

 

백운대 정상이다.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분다. 바위 위에 고인 물이 얼었다.

 

 

 

 

 

 

암벽길인 시자봉 가는 쪽에 잠시 서 본다. 백운대 정상과 내려다 본 풍경이다. 녹지 않은 가을 눈이 보인다.

 

 

불과 6개월 전에 연두빛 새순이 돋던 나무가 잎을 완전히 떨궜다. 세월은 이렇게 빠르다. 6개월 후면 또 새순이 나온다.

 

 

백운대에서 내려와 만경대와 오리바위의 배웅을 받으며 밤골 가는 길로 접어든다.

 

 

숨은벽으로 가는 길에 올려다 본 백운대다. 오늘은 안 보이지만 암벽 타는 사람들은 이곳도 오른다.

 

백운대에서 내려와 늘 쉬다 가는 내 지정 휴게소다. 바람이 잠잠한 조용한 바위에서 따뜻한 볕을 받으며 점심을 먹었다. 

 

 

여름이면 가끔 목을 축이기도 했던 샘터를 지나면 사기막골 가는 이정표를 만난다.

 

 

 

철체 난간을 오른 후 숨은벽에 발을 올려본다. 바람도 심하고, 경사도 심하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다시 내려온다. 

 

숨은벽은 위험하다. 고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사기막골로 내려가는 암벽 능선에서 바라본 숨은벽이다. 오른쪽에 백운대 정상이 보인다.

 

 

숨은벽을 뒤로 하고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멀리 사기막골이 보인다.

 

 

맑은 날씨에 풍광이 좋아 바위 능선길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래도 아쉬워 자꾸 뒤를 돌아본다. 숨은벽이 다음에 또 보자며 배웅을 한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고 확 트인 풍광을 즐기기 위해 사기막골 방향으로 계속 걷는다.

 

 

바람 잠잠한 곳을 찾아 마지막 휴식을 취한다. 귤 하나를 꺼내 까려는 순간 떼구르르 굴러 벼랑 아래로 떨어진다. 추운 날씨에 손이 곱아 제대로 쥐질 못해서다. 다른 귤은 다리를 오므리고 조심스럽게 깠다.

 

 

짧은 휴식 후에 마지막으로 바라본 숨은벽과 백운대 정상이다. 서울에 살지만 이 아름다운 풍광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오늘 만나는 마지막 이정표다. 산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밤골로 내려간다. 

 

 

밤골 입구에 도착하니 밤나무는 없고 곱게 물든 단풍나무가 반긴다. 어쩌면 올 가을의 마지막 단풍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