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나도 애국 한 번 - 김상출

마루안 2021. 11. 1. 22:58

 

 

나도 애국 한 번 - 김상출

 

 

어느 일본 영화에서

히치하이킹 하던 젊은 사내가

주인공인 중년 여인의 질문에

고향이 홋카이도라 한다

 

홋카이도 홋카이도 되뇌다 나도

사는 곳이 함경도 흥남 쪽이거나

평안도 신의주 부근에서 온 사람을

내 차에 태워봤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목이 메었다

 

그러다가 또 초등학교 때 배운

우리나라 제일 추운 곳 중강진

그래 그 중강진 어디쯤에서

두툼한 솜옷 입고 감자를 굽거나

삼지연 맑은 물에 발 담그고

피라미 매운탕 안주 삼아

막걸리 추렴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자 막 눈물이 났다

 

왜 우리만 이래 하면서

혼자 씨바 씨바 하면서

한참을 울었다

 

 

*시집/ 다른 오늘/ 한티재

 

 

 

 

 

 

선(善)의 속성 - 김상출

 

 

120회 짜리 드라마를 위하여

선은 늘 고통 받아야 한다

악으로부터 괴롭혀지고

흉계를 번연히 알면서도

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팽개쳐지고 무너져야 한다

 

그리하여 셀 수 없는 고통과 좌절을

119회 내내 맛보며 울고 쓰라려야 한다

 

보라 마지막 회에 이르러 선은 이긴다

악은 많은 걸 잃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지만

오래 속죄할 필요는 없다

선은 늘 선하기 때문이다

애잔한 눈빛으로 고개 몇 번 주억거리며

악에게 던지는 용서의 말 한마디면

지난했던 드라마는 해피엔딩이다

선의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119번을 피 터지게 얻어맞다가

한 차례 어루만져주는 것으로

선은 이겼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결코 용납할 수 없지만

내 용납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