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애국 한 번 - 김상출
어느 일본 영화에서
히치하이킹 하던 젊은 사내가
주인공인 중년 여인의 질문에
고향이 홋카이도라 한다
홋카이도 홋카이도 되뇌다 나도
사는 곳이 함경도 흥남 쪽이거나
평안도 신의주 부근에서 온 사람을
내 차에 태워봤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목이 메었다
그러다가 또 초등학교 때 배운
우리나라 제일 추운 곳 중강진
그래 그 중강진 어디쯤에서
두툼한 솜옷 입고 감자를 굽거나
삼지연 맑은 물에 발 담그고
피라미 매운탕 안주 삼아
막걸리 추렴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자 막 눈물이 났다
왜 우리만 이래 하면서
혼자 씨바 씨바 하면서
한참을 울었다
*시집/ 다른 오늘/ 한티재
선(善)의 속성 - 김상출
120회 짜리 드라마를 위하여
선은 늘 고통 받아야 한다
악으로부터 괴롭혀지고
흉계를 번연히 알면서도
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팽개쳐지고 무너져야 한다
그리하여 셀 수 없는 고통과 좌절을
119회 내내 맛보며 울고 쓰라려야 한다
보라 마지막 회에 이르러 선은 이긴다
악은 많은 걸 잃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지만
오래 속죄할 필요는 없다
선은 늘 선하기 때문이다
애잔한 눈빛으로 고개 몇 번 주억거리며
악에게 던지는 용서의 말 한마디면
지난했던 드라마는 해피엔딩이다
선의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119번을 피 터지게 얻어맞다가
한 차례 어루만져주는 것으로
선은 이겼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결코 용납할 수 없지만
내 용납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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