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나는 좀 더 뻔뻔해지기로 했다 - 김한규

마루안 2021. 10. 15. 22:17

 

 

나는 좀 더 뻔뻔해지기로 했다 - 김한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에는 주유소가 있고

주유소의 고객은 자동차라는 사실

그러나 이것은 다만 단순한 사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야 하는 이미지는

서 있어야 하는 발바닥 때문에 멀리 있는가

 

전무님이 오시면 90도로 인사를 해야 합니다, 이것은 분명하게 들으라는 사실이다 아웃소싱으로 단지 주유총이나 세차용 마포 걸레를 들고 있을 뿐인데

 

낮은 더웠고 밤은 추웠지

갈아입지 못하는 몸에 식어 버린 가루가 부서지고

모든 냄새는 기억을 만드는 장소였지

 

그랬을 뿐인데, 90도는 뭉개지라는 말이다 실제로 뭉개지지 않으면서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거나 서 있는 발바닥을 인정하더라도 실패할 것이다

 

부어오른 길 위에서

짐승이 새끼를 낳고 있다

출처가 있는 것들이 되새김하는 대장에서 썩어 간다

 

생활하는 문장이 있다면 그 속에 코를 박고 죽을 수 있다 한기를 품고 있는 뼈가 살과 거리를 두는 시간이 사무치더라도 문장은 생활하지 않는다

 

문장을 떠나면 뻔뻔해진다

결연이나 서슬 따위는 생활의 밥도 되지 않고

 

갈 수 없는 길인데 자동차 엉덩이에 쑤셔 박는 총구를 거듭해서 보고 있다 나의 총이 아니다

 

 

*시집/ 일어날 일은 일어났다/ 파란출판

 

 

 

 

 

 

브이로그 - 김한규

 

 

방식의 문제일까

 

바다는 하릴없고 소나무는 추우나 더우나

무엇을 볼 거라고 오지 않았는데

 

백미터달리기에서 언제나 이등이나 삼등을 할 때

앞에 가던 아이의 등이 보이지 않을 때

 

행동의 문제일까

 

마술을 보면 마술을 배우고 싶었고 차력을 보면 차력을 배우고 싶었고 둑을 쌓는 일은 배우고 싶지 않았고

 

만화책을 보거나 낙서를 하고 있는데 무슨 공부를 그렇게 하니

 

모르는 것을 달고 돌아서는 등이란

세계의 문제일까

 

쓰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없었는데

바다는 저렇게 깊이를 모른 채 제멋대로고

 

무작정, 배후도 없이?

 

판단을 못 하겠어 너는 그렇게 말하며 지하도를 내려갔다 지하에도 많은 것들이 있지 각축장에서 각축을 하지 않는다면 단지 뿔의 문제일까

 

판단할 필요가 없는 해변에서

문제는 뿔일까

그 뿔을 움켜쥐는 손일까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가 연락했다 - 이문재  (0) 2021.10.16
모호한 슬픔 - 박민혁  (0) 2021.10.16
가로등 끄는 사람 - 이현승  (0) 2021.10.15
술과 잠 - 진창윤  (0) 2021.10.12
비밀의 기분 - 고태관  (0) 202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