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반달의 화법 - 김지명

마루안 2021. 9. 15. 21:35

 

 

반달의 화법 - 김지명


맞바꾼 얼굴이 똑같은
반달은 서로를 잉여라고 했다
나이를 먹지 않는 생각이
앙상한 이야기를 둘둘 말고 있었다
그날 이후 쉰세 마리 양들은
고목 앞 양편으로 나뉘어
목례를 했다
생각해 주는 말투로
알람으로 목소리 저장해 둘까?

바람과 이파리 부딪쳐 쌈꾼처럼 말을 건네지만
오래 같이 먹는 동네 공기에
서로는 젖고 서로는 젖지 않았다
나는 달을 감아 당신을 풀고
당신은 달을 풀어 나를 감는

상현은 머나먼 진술로 기밀을 담보했다
힘들어를 괜찮아로 발음하는
자간(字間)의 웃음
밤낮 인생은 그래 그래? 화법
하던 말을 끄고 잠든 마을 보며
볼 게 참 많다?
세상에서 빌린 말을 던지며 별똥별이 사라졌다
먹장구름이 반달을 뱉어 놓으면
편파는 하현에서 미끄러졌다


*시집/ 다들 컹컹 웃음을 짖었다/ 출판그룹파란



 

 

 

중얼거리는 생각 - 김지명


처음부터 나는
청유형 물방울로 똑똑 떨어뜨렸다
놀이기구처럼 싱싱
떨어져 다음 다음 다음 월요일에 닿았다

어느 날
녹이 슬은 수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물 좀 주세요 생각 몇 방울만 주세요

그녀의 발밑에는
비행운을 따라가던 생각들이
쇳가루로 흩날리고 있었다

봄이 가장 길어질 때
호기심은 공처럼 아무 데나 굴러
생각 없이 골목을 데리고 떠났다

여름이 가장 길어질 때
베란다 식물처럼 창으로 머리 두는 굴성으로
옆구리가 닳아져 버렸다

쓸모없는 것이 쓸모 있다는 것을 아는 동안
한쪽으로 기운 굴성을 펴느라
그녀는 봄여름가을겨울 생각을 모두 써 버렸다

비가 쏟아졌다
흥건하게
물덤벙 끼어든 화요일

소녀야 울어도 된단다

누구라도 생각은
고장 날 수 있어

 

 




*시인의 말

유일한 당신이 나를 본 순간
나는 생략되었다.

도착하지 않을 시작
가능한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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