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남매의 여름밤 - 윤단비

마루안 2021. 8. 18. 19:49

 

 

 

잔잔하면서 울림이 있는 영화를 봤다. 코로나 시대에 모든 일상이 엉망이 되고 일부 업계는 쑥대밭이 되었다. 영화판도 코로나로 초토화가 된 분야다. 영화 개봉도 문제지만 영화 만드는 일도 많은 제약을 받는다.

 

코로나 이전에 찍은 작품이지만 이런 영화로 황폐해진 마음을 정화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저예산 영화이면서 이렇게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품 만나기 쉽지 않다.

 

이혼하고 두 자녀를 키우는 남자가 있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아버지 집을 방문한다. 팔순의 아버지는 홀로 시골 집을 지키고 있다. 반지하 방에서 사는 아들에 비해 아버지 집은 2층 단독 주택이다. 할아버지와 만남이 어색했던 아이들은 넓은 집에 금방 적응을 한다.

 

그동안 아들은 아버지가 틈틈히 도와주었지만 그때마다 사업에 실패해 말아 먹었다. 어지럼증을 느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여동생까지 집에 함께 머문다. 아이들은 고모를 보고 반가워하지만 여동생도 남편과 사이가 틀어져 집을 나와 친구집에 머물던 참이었다.

 

영화는 등장 인물도 많지 않고 단촐하게 흘러가지만 내용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치매 증상이 생긴 아버지를 요양변원에 모시고 집을 팔기로 한다. 이를 안 고등학생 큰딸이 반발을 한다. 

 

이 영화는 큰딸 옥주가 중심에 있다. 반지하 방을 떠나는 영화 시작부터 할아버지 장례식 후 오열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옥주의 시선을 따라 영화가 흘러간다. 실패를 거듭한 아버지를 원망하기보다 떠난 엄마를 미워한다.

 

쌍꺼풀 수술을 하기 위해 아버지 물건을 몰래 꺼내 팔기도 하고 헤어진 엄마를 만나고 온 남동생을 야단치기도 한다. 옥주 역을 열연한 최정운 배우가 인상적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늙음에 대해,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숨어 있기 아까운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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