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찬실이는 복도 많지 - 김초희

마루안 2021. 1. 11. 21:31

 

 

 

제목부터 인상적이라 금방 머리에 쏙 박힌다. 상업성은 다소 없어 보이나 작품성이 금방 느껴지는 제목이다. 진짜 작품성은 있다. 김초희 감독의 장편 데뷰작이다. 홍상수 감독 밑에서 프로듀서로 오랜 기간 일했다고 한다.

 

이 영화도 영화인 이야기다. 약간의 자전적 경험도 들어가 있으리라. 영화 속 인물 찬실이는 영화에 미쳐 오직 영화판에서 청춘을 다 보낸 여성이다. 결혼도 못하고 새끼도 없고 그렇다고 벌어 논 돈도 없다.

 

그런 걸 깨닫지도 못하고 영화에 몰두하며 살았다. 큰 기대를 갖고 새로운 영화 작업도 시작한다. 고사까지 잘 지낸 날 축하 파티에서 그만 감독이 돌연사를 한다. 영화 제작은 무산이 되고 찬실이도 졸지에 그 영화판에서 밀려난다.

 

산동네로 이사를 간 찬실이는 주인집 할머니의 배려로 잘 적응을 한다. 낙담한 찬실이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자꾸 생긴다. 함께 일했던 여배우의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한다. 그곳에서 젊고 잘 생긴 연하 남자에게 잠시 설레기도 한다.

 

자신이 장국영이라고 하는 귀신까지 찬실이의 용기를 복돋어 준다. 영화 제목처럼 찬실이는 복이 많다. 심지어 청소를 하다 여배우의 노트에서 이런 문구도 발견한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어느 곳이든 내가 주인이 되면 그곳은 모두 진리다.

이 문구처럼 모든 것을 쏟아 붓고도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지만 영화는 어둡지 않다. 다소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작품이지만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며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모든 것 맘 먹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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