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 집안의 가족 이야기이자 너무나 성격이 다른 세 자매의 이야기다. 한 사람은 바보처럼 너무 착하고, 한 사람은 영특하고 이재에 밝으나 지나치게 가식적이고, 한 사람은 내키는 대로 사는 자유주의자이면서 자기 주장이 뚜렷하다.
어느 가정이나 숨기고 싶은 사연 몇 가지는 갖고 있다. 이 가족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딱 우리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명절이든 제사 때든 만났다 하면 마지막엔 싸움으로 끝난다. 그 갈등의 중심은 늘 나였지만 풀리기보다 꼬이는 일이 더 많았다.
정상적인 가족이 없다. 한 사람은 너무 소심해 바보 같고, 한 사람은 너무 가식적이어서 여우 같고, 한 사람은 너무 철이 없어 백치 같다. 막판에 밝혀지지만 이 세 자매의 원천적 꼬임은 아버지에게서 출발했다. 하나 있는 남동생까지 찌질함이 넘쳐 난다.
원인을 알면서도 해결책을 도려내지 못하고 사는 것이 인생이라 했던가. 겉으론 행복해 보이지만 그 내면엔 폭발 직전의 갈등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만 왜 불행한 거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이 영화가 해줬다.
영화에 완전 몰입해 보다가 그 속에서 뛰쳐 나오고 싶었다. 뭔가가 올라오는데 나오지는 않는다. 욕설일까. 반성일까. 후회일까. 나는 복에 겨워 살기보다 불행을 몸의 일부로 받아 들이고 산다. 간만에 후벼 파는 영화를 보고 문화 오르가즘을 제대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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