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스승이 필요한 시간 - 홍승완

마루안 2021. 7. 12. 19:39

 

 

 

살면서 학교에서만 스승을 만나는 건 아니다. 물론 학창 시절 가르침을 준 선생이 가장 큰 스승일 것이다. 아직 덜 여문 상태에서 자아 형성의 방향을 설정해주는 선생은 참 중요하다.

 

쪽집게 강의로 시험 점수를 올려준 수학 선생을 존경할까. 갈수록 학교가 배움터라기보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시험능력을 키우는 곳이 되어간다. 대학도 학점 자판기로 취업에 사활을 거는 취준생 양성소로 전락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와 탄식을 함께 했다. 오랜 기간 마음에 담고 있던 스승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 책을 쓴 홍승완은 팔방미인의 재능을 갖고 있어서 딱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하기 힘든 다소 모호한 이력이다.

 

어쨌든 여러 책을 쓴 사람이기에 작가라 해도 될 듯하다. 그의 가장 큰 밥줄이 글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원 봉사나 공익 사업이 아닌 이상 누구에게든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크다. 그의 이전 책 <인디 워커>는 어떤 그물로 밥을 잡을지에 대한 안내서다.

 

이 책에는 수많은 스승과 제자가 나온다. 직접 가르치고 배운 사사보다 사숙 위주의 사제관계다. 저자 홍승완도 구본형 선생을 스승으로 모셨다. 초반에 나오는 두 사람의 만남이 인상적이다. 둘은 인터넷 상에서만 교류를 하던 중 구본형 선생이 직접 저자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한다.

 

잘 나가던 구본형 선생은 얼굴도 모르는 청년에게 어떤 호기심이 생겼을까. 두 사람은 처음 만나 북한산을 오른 후 목욕탕을 간다. 첫 만남의 끈끈함은 구본형 선생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스승과 제자로 굳건히 유지했다. 지금도 그는 구본형 선생을 참 스승으로 여긴다.

 

구본형, 심리학자 칼 융, 신화연구가 조지프 캠벨, 법정 스님이 저자의 스승이다. 구본형만 사사를 했고 나머지는 사숙을 한 사제지간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엄청난 독서량에 놀란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사제간의 유대가 흥미를 자극한다.

 

가령 정약용, 이성호, 정민 교수로 이어지는 사제의 연결은 지식인 연대기로 손색이 없다.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하는 문장도 이 책의 장점이다. 공부가 일상일 정도로 끊임없는 노력 없이는 이런 책을 쓸 수 없다. 책에 나온 구절 몇 개를 옮긴다.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또한 인생 아니던가.

 

*훌륭한 스승의 특징

1. 배움과 가르침의 구분이 없다. 가르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가르친다. 제자 못지않게 열심히 배운다.

3. 삶으로 모범을 보이고, 존재로 가르친다. 제자는 스승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4. 제자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한다. 제자를 위해 자신의 어깨를 기꺼이 내준다. 제자가 빛날 때 스승도 빛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