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인생에 예술이 필요할 때 - 심상용

마루안 2021. 7. 8. 19:47

 

 

 

이런 저런 일로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책을 읽었다. 단숨에 읽은 것이 아니라 거의 한 달에 거쳐 조금씩 읽었다. 사람의 인생과 예술을 다룬 책을 읽을 때는 저자의 일생이 궁금해진다. 저자 심상용 선생은 참 많은 책을 썼으나 내가 읽은 것은 두어 권뿐이다.

 

1961년 서울 출생인 심상용 선생은 서울미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8대학, 파리1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내가 제대로 읽었는지 모르겠으나 저자는 군계일학보다 독야청청에 가까운 학자다.

 

인생, 죽음, 예술, 사랑, 치유 등 다섯 단락에 나눠 여러 화가의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배치된 그림과 함께 저자의 맛깔스런 해설이 몰입도를 높인다.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 화가의 그림이 많지만 처음 보는 그림도 여럿 보인다. 

 

심리 치료에는 미술이 가장 효과가 높다고 하던데 맞는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코로나로 지친 마음이 많은 위로가 된다. 언젠가부터 코로나가 삶을 지치게 하는 걸 넘어 질리게 한다. 살다 보면 험한 경험도 하면서 사는 게 인생이라지만 이 망할 놈의 코로나는 정말 징글징글하다.

 

질린 마음이든 지친 마음이든 고급스런 이 책은 삶의 비타민이다. 단숨에 읽어도 좋고 머리 맡에 두고 하루 한 꼭지씩 읽어 가도 좋겠다. 코로나보다 더 험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인생보다 예술이 긴 이유를 알게 한 책이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책에 나오는 베르나르 뷔페, 죽음 연작과 그림의 주인공 뷔페가 자살로 삶을 마감한 대목은 마음이 서늘해진다.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화가는 죽은 목숨이었던 것일까. 그는 파킨스 병을 앓게 되자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도 딱 한 번 살다 간 소중한 인생이다. 만 년 전에 살다 죽은 사람부터 천 년 후에 나올 사람까지 모든 사람의 일생은 우주적이다. 하물며 평범하지 않은 예술가의 삶은 오죽 하겠는가. 연극 배우도 화가도 예술가지만 삶의 흔적은 화가가 더 강렬하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공연한 연극 배우는 현장에서 막이 내리면 끝이지만 그림은 몇 백 년이 가지 않은가. 이 책에서 언급한 그림도 사람은 떠났지만 작품이 남아 우리를 위로한다. 모든 인생이 예술적일 수는 없겠으나 인생에서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자기 하기 나름이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