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은 언젠가부터 글 쓰는 일보다 사진 찍는 일에 더 열성을 보이는 작가다. 가슴 저미는 그의 시에 공감했던 터라 이번 사진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늘 그랬던 것처럼 새책을 내면서 함께 사진전을 여는 것이다.
그동안 그의 사진이 흑백 위주였는데 이번 사진은 컬러다. 그의 사진과 글을 작은 액자로 제작해 판매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우울한 시기에 실내에 걸어 두면 공기청정기처럼 마음을 정화하는데 도움이 될 사진들이다.
이번에 나온 책 <걷는 독서>는 성경책처럼 두껍지만 크기는 손바닥 정도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그답지 않게 다소 덜 효율적인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책 크기가 작다보니 당연 사진도 명함 크기 정도에 머문다.
뭐든 커야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눈이 적응할 정도는 돼야 하는데 아쉽다. 그럼에도 사진에 붙은 짧은 문구가 눈에 착 달라 붙는다. 한글이 줄임말과 영어로 심하게 오염되고 있는 시대에 이 책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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