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 마이크 브라운

마루안 2021. 5. 23. 22:11

 

 

 

예전에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잃었다는 기사를 읽고 든 생각이 있었다. 명왕성은 자기를 뭐라 부르든 우주 속의 한 천체로 그냥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지 않았고 행성이네 아니네 자격을 달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우주 속의 티끌에 불과한 인간이 자기 맘대로 자격을 줬다 뺐었을 뿐이다. 나는 지금도 학교 다닐 때 외운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의 마지막 행성으로 여긴다. 아마도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을 읽고 굳어진 생각 때문일 것이다.

 

명왕성이 행성이든 아니든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예전에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여길 때가 있었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망원경도 성능이 좋아졌고 더 멀리 더 자세히 하늘 구석구석을 들여다 보면서 인간의 생각도 수정되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것들이 발견되면 지금의 생각도 바뀔 것이다. 클라이드 콤보는 1930년 명왕성을 발견했지만 뒤이어 수십년의 대부분을 해왕성 너머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지 탐색하면서 보냈다. 이 책의 저자도 천체 과학자로 많은 별들을 발견한다.

 

명왕성 너머에 있는 천체를 발견하는데 제나(Xena)로 명명했다. 명왕성의 주기는 255년인데 새로 발견된 제나는 궤도를 한 바퀴 도는데 557년이나 걸렸다. 제나는 명왕성보다 더 크다. 그리고 명왕성과 여러 모로 닮았다. 둘 다 행성으로 부르면 그만이었지만 그렇지가 않다.

 

마이크의 생각은 명왕성은 그냥 단순히 카이퍼 벨트 천체가 모여 있는 거대한 무리 가운데서 가장 크기가 큰 천체일 뿐이다. 명왕성, 제나, 세레스, 지금은 모두 왜소행성으로 분류한다. 행성과 왜소행성의 구분도 무우 자르듯 명확하지가 않다. 

 

지질학자들끼리 대륙과 섬의 차이를 두고 논쟁을 벌였던 것과 같다. 행성이라는 말은 지구 바깥의 광활한 우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중 하나다. 천왕성이 우연히 발견되었을 때 곧바로 행성으로 받아들여졌다. 해왕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명왕성이 행성인지 아닌지에 대한 결정은 1919년 국제 합의에 창설된 국제천문연맹이 하게 됐다. 이전에는 천문학자들이 각자 선택한 방식으로 분류하고 이름을 붙인 천체로 가득했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크 브라운은 명왕성, 제나, 세레스까지 천문연맹이 행성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한 것에 반기를 들었다. 정작 자신이 발견한 별인데도 말이다. 저자는 조목조목 명왕성을 행성이라 할 수 없는 근거를 제시한다. 설득은 되지만 한 번 굳어진 명왕성에 대한 나의 미련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