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노가다 칸타빌레 - 송주홍

마루안 2021. 5. 5. 22:31

 

 

 

아주 흥미롭고 유용한 책을 읽었다. 서른두 살의 기자 출신이 노가다를 하며 겪은 일을 쓴 노동일기다. 세상의 모든 일이 대졸자 엘리트 출신들 위주로 흘러간다. 당연 고졸자가 대우 받는 분야는 거의 없다.

 

어떤 엄마가 초등학생 아이와 공사 현장 부근을 걷다 학원 가지 않겠다고 투정부리는 아이에게 그랬단다.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나중에 저런 사람 된다." 이렇게 노가다를 하는 사람은 세상의 낙오자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아쉽게도(?) 대학을 나와 기자 생활을 했던 사람이다. 어쩌다 잠시 노가다를 했다가 적성에 맞는 것을 알고 아예 노가다 판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다. 일부는 글을 쓸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정신과 육체가 꽤 건강함을 느낀다.

 

저자는 행복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일도 즐거웠으면 한다. 노가다를 하면서 즐겁다는 표현은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는 즐겁게 일한다. 글쓴이는 일과 놀이의 구분을 하지 않고 산다지만 과연 노가다 판 노동자들 중에 자기 일이 즐거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노가다 노동자가 들으면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처럼 들릴 것이다. 저자는 노가다 아니어도 언제든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에 있는 사람이어서일까. 노가다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은 어쩔 수 없어서 노가다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배운 것 없고 그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까. 체력이 약한 사람은 노가다가 얼마나 고달플까.

 

다행히 저자는 유도를 했던 몸이라 건강하다. 평소 낙관적인 생각으로 사는 것도 이런 노동을 즐겁게 여길 수 있는 이유다. 나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방법 등 재테크에는 관심이 없어도 이 책처럼 노가다 판 이야기는 아주 관심이 많다.

 

20대 후반 잠시 노가다 판에서 일해 본 적이 있지만 잊고 살았다. 앞으로도 노가다 판을 기웃거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세상에는 이런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 그리고 그들의 정직하고 거룩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한다.

 

노가다 판에도 계급과 차별이 있다. 난이도 높은 기술자에 비해 몸을 쓰는 노동자는 대우과 낮다. 특히 <곰방꾼>에 대한 글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지게로 벽돌이나 시멘트를 져 나르는 사람을 곰방이라 부른다. 기술 없이 오직 힘으로만 노동을 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맨몸으로 중력과 싸우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노가다가 적성에 맞다는 저자도 5층까지 벽돌과 타일을 옮기는 곰방을 며칠 하고는 바로 나가 떨어진다. 또 미장 데모도를 하면서 흙손 하나로 벽을 바르는 미장공이 예술가처럼 보인다며 감탄한다.

 

이 외에 노가다 판의 여러 분야를 아주 흥미롭게 설명한다. 일본어 잔재가 공사판에도 여전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문화 현상이다. 함바집의 알짜 수입도 알려준다. 맛으로 노동자의 입맛을 감동시키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이윤을 많이 남길까에 치중한다.

 

왜? 을지로의 사무직 노동자는 식당을 고를 수 있지만 함바집은 독점 사업이다. 농촌이나 중소기업 사업장처럼 공사판도 점점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는 현상도 소개한다. 이 책은 단순한 노가다 노동자의 이야기가 아닌 한국 문화 현장의 축소판이다. 노가다 노동자의 정직한 노동에 박수를 보낸다. 내 밥벌이를 겸손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