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울릉도 오딧세이 - 전경수

마루안 2021. 4. 27. 22:16

 

 

 

나는 울릉도를 세 번 다녀왔다. 파릇파릇해서 청춘이라 했던가.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1986년에 처음 갔던 울릉도의 추억을 어찌 잊을 것인가. 지금이야 쾌속선이 있지만 그때는 포항에서 가는 여객선이 유일했다. 뱃시간만 네다섯 시간 걸렸을 것이다

 

민박촌 아주머니들이 뱃시간에 맟춰 마중을 나왔다. 일종의 호객행위다. "우리집으로 가입시더." 목소리 작고 제일 얌전한 아주머니를 따라 갔다. 금방이라는 말과 달리 한참을 가서야 도착한 경사진 마을 중턱이다. 덕분에 멀리 포구가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좋았다.

 

그때는 여행길에 코펠 버너 챙겨 가서 민박집에서 밥을 해 먹어야 했다. 이틀을 묵는 동안 내가 식사 준비를 하면 생선 조림이나 몇 가지 반찬을 갖다 줬던 기억이 난다. 나리봉도 가고 성인봉도 오르고 새벽부터 돌아다닌 울릉도는 신비로움 자체였다. 이후 이삼 년 간격으로 여름이면 울릉도를 두 번 더 갔다.

 

이 책 <울릉도 오딧세이>는 2006년부터 울릉도를 연구한 원로 인류학자 전경수 선생의 역작이다. 조금 두꺼운 학술서라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아주 흥미롭게 술술 읽힌다. 선생이 15년 정도 울릉도를 돌아다니며 살펴본 울릉도 총서라고 할 수 있다.

 

역사학, 인류학, 민속학, 문헌학, 생태학 등 선생이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울릉도를 깊이 조명했다. 나는 울릉도의 여러 지명이 전라도에서 유래했다는 것과 학포라는 작은 마을에 대한 민속학적 접근이 인상적이었다. 전라도 영흥은 현재의 고흥, 여수, 거문도 지역이다.

 

이곳 어부들이 해류를 타고 울릉도에 들어가 배를 건조해 고기를 잡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20세기 초 울릉도 호구 조사 기록에도 전라도 출신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독도라는 이름도 독섬이라 부르는 전라도 방언에서 유래해 석도라 불렀다.

 

이 외에도 울릉도의 여러 지명이 당시 살았던 전라도 사람들에 의해 지어졌다. 지금은 울릉도가 경상북도로 편입되었지만 원래 울릉도는 강원도 소속이었다. 조선의 공도정책으로 300백 년 가까이 사람이 살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몰래 들어가 살았던지 주기적으로 섬에 상륙해 육지로 잡아들였다고 한다.

 

지금은 울릉도 가는 뱃길도 여러 곳이 있고 시간도 단축 되었다. 공항이 생겨 조만간 비행기로 갈 수 있단다. 근 30년 만에 울릉도를 가리라 했던 작년에 난데없는 코로나로 인해 미루고 있다. 내게 울릉도는 여전히 신비로운 섬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 국토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