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기도하는 남자 - 강동헌

마루안 2020. 5. 27. 18:20

 

 

 

"사는 게 너무 안 행복하지?" 목사의 아내가 말한다. 맞다. 사는 것이 누구에게나 행복한 건 아니다. 이 영화는 신앙심이 투철한 개척교회 목사 부부 이야기다. 부창부수라고 둘 다 성실하고 착하다. 모범 부부다. 하나님을 믿는 것만큼 서로를 사랑한다.

 

사랑의 바탕엔 믿음이 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사랑을 말하면서 오늘날 혐오를 조장하는 원산지가 교회다. 이 영화도 개신교를 개척하는 목사가 주인공이다. 목회 활동은 험난하다. 반지하 교회에 딸린 골방으로 숙식을 해결하며 교회 개쳑에 열중한다.

 

예배 시간이면 열 명도 안 되는 교인이 모이고 그것도 외국인 노동자이거나 곧 다른 곳으로 옮긴다. 요즘의 교회 사모님과는 달리 목사의 아내 또한 착하기 그지 없다. 비록 풍요롭지 않지만 유치원 다니는 두 딸을 사랑으로 돌보며 가정을 지킨다.

 

고군분투하는 부부에게 시련이 닥친다. 아내의 어머니가 간 이식을 해야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 대신 외동딸 하나를 정성으로 키웠다. 간 이식을 위해서는 5천만 원이 필요하다. 

 

보험 하나 들지 못할 정도로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목사 부부에게 5천만 원은 언감생심이다. 착한 목사는 이대로 장모를 죽게 할 수는 없다. 밤새 대리운전을 하고 아내는 편의점 알바를 하며 돈을 모은다. 그래 봤자 푼돈이다. 돈은 기도 만으로 모아지는 것이 아니다.

 

엄마의 건강은 점점 나빠지는데 어느 세월에 수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믿음과 사랑에도 세상엔 공짜란 없는 것인가. 목사는 목사 대로 아내는 아내 대로 목돈 마련을 위해 수렁에 빠진다. 목사는 한때 목회자의 꿈을 키웠던 후배의 약점을 파고든다.

 

아내는 결혼 전에 자신을 좋아했던 남자 친구의 제안을 돈으로 바꾼다. 과연 이 부부는 5천만 원을 마련해 엄마의 수술을 할 수 있을까.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부부를 고난의 길로 인도한다.

 

참 되는 게 없는 냉혹한 현실, 목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함을 탄식하며 십자가를 부수기도 한다. "기적 같은 거 믿어?" 모텔에서 만난 아내의 남자 친구가 말한다. 현실에서 기적은 없다. 기적은 기도에서도 이룰 수 없다.

 

장모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일까. 어머니를 위해 고난의 길을 걷던 부부는 어머니로 인해 반전의 기적을 맛본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믿음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도 돈 없이 열정만으로 만들지 못한다. 자본에 물 들어가는 영화판에서 보기 드물게 잘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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