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아름다움에 대한 일고(一考) - 조성순

마루안 2021. 2. 23. 21:29

 

 

아름다움에 대한 일고(一考) - 조성순


히말라야 고산지대
산양 떼는
소금기를 찾아 벼랑을 헤맨다고 한다.

창공에 걸린 낮달을 배경으로
낭 끝에 우뚝 선 너를 보고
고독을 사랑하는 검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너는
날 선 작두 위 무격이고
몸이 갈망하는
생존을 위한 전투의 연속이었다.

산길을 가다
웃고 있는 바람꽃이 곱다고만
하지 말아야겠다.

나날이 절박하고
하루하루
시시때때
존재의 창끝으로
격전을 치르고 있다.

뿌리에서 대궁까지
필생을 걸고
하늘거리고 있는 것이다.


*시집/ 왼손을 위하여/ 천년의시작

 

 

 

 

 

 

화두(話頭) 만경대(萬景臺) - 조성순


하는 일마다
막히고
신세는
독 안에 갇힌 쥐 모양
진퇴유곡

비상구로 찾은
만경대 암릉
용암문에서 위문까지
하얗게 날선 바위들

피아노바위에선 머리를 조심하고
사랑바위에선 미움을 버리고
뜀바위에선 뛰지 말라.
오른손으로 바위 어깨를 짚고
왼손으로 확보 후
양손으로 혼신의 힘으로
당겨야 한다.

온 걸 후회해도
돌아갈 수
없는 길

낭 끝에 줄을 걸고
조심조심 길을 연다.

진작
이렇게 살았어야 하는데
후회막급

남은 생은
한 걸음 또 한 걸음
천 근의 무게로
하늘 문(門)에
들리라.

 

 

 

 

*시인의 말

네 번째 징검돌이다

개여울 저편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앞을 보고
가만가만 걷는다

희미한 불빛 한 점
설핏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