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마포대교 - 손석호

마루안 2021. 2. 15. 19:47

 

 

마포대교 - 손석호


추락하는 게
질문 많은 내게 대답하는 것 같아

망설이는 오후가 수면에 발자국을 내는 동안
호주머니 속 출렁이는 우울

흐릿해지고 싶어 눈물 커튼을 펼쳐도
고드름처럼 자라나 찌르는 햇살

건너도 또 다른 건너편이 지켜보고 있고
지금이 어제 읽은 일기 같아

돌아보면
내게 둘러져 있던 내가
잃어버린 목도리처럼
말없이 내 몸을 벗어나 있어

내려다보는 즐거운 통증
내게는 난간이 없다


*시집/ 나는 불타고 있다/ 파란출판

 

 

 

 


우화(羽化) - 손석호

 

 

한 번도 날아 보지 못했던 당신, 앰뷸런스가 모시나비처럼 오르락내리락 고개를 돌아 나가고 유서를 대신하는 냄새가 문밖으로 빠져나온다 명치끝을 꾹꾹 눌렀던 천정의 형광등이 오랜 용화(蛹化)의 얼룩을 내려다본다 기다림의 등이 휜 것처럼 출입문 쪽을 응시한 머리 흔적 누구를 기다린 걸까

삶을 벗어 놓고
빠져나가는 일이
꽃 피고 꽃 지는 일보다
아팠다는 것을
몇 령의 고독을 바꿔 입어야
덤덤해질 수 있었는지

아무도 비행을 보지 못했다



 

*시인의 말

어떤 이름을 부르면
불이 붙는다

당신이 불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