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정오(正誤) - 전형철
-종로 3가
오랜만이다
별을 문진하느라 5분쯤 늦을 것 같아
소설의 지문 같은 말
자주 이름이 보이더라
오늘 달과 화성과 금성이 직렬한대
우리가 모일 수 있는 최적의 편성표겠지
다리를 묶어두거나 의자를 좀 당겨 앉아
4년마다 1초쯤 느려지거나 빨라지겠지
이런 날엔 눈은 주머니에 넣어 두고
집을 비우는 거야
울타리에 묶인 종은 하루만 울고
네 번째 간빙기에는
붉은 심장을 문밖에 쌓아두고 다음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불러 보는 거야
땅속 길이 너무 뜨거워
막차는 주말에 달라지겠지
지구가 멸망하면 인사하자
너는 누구의 행성이니, 우리는 누구의 얼굴이니
*시집/ 이름 이후의 사람/ 파란출판
건강검진 - 전형철
올 것이 왔다
약속을 미루고 몇 번이나 퇴짜를 놓았지만
시민은 곧 용병, 공단이
과태료를 월급에서 공제한다 최후통첩했다
고향 집에 생활비를 부치는 낭만의 파병 용사에게
앓고 있거나 앓을 병을 진단하고
예언해 보겠단다
앓았던 병은 많았는데
몸만 아팠던 것도 아니었는데
오늘도 한 끼를 때우며
공복을 빙하기 삼아 살고 있는데
이 생(生)이 한 번은 아니었을 거라 짐작하고 있었지만
나는 귀화식물처럼 튼튼하지 못했나 보다
본 적 없는 자식과
자주 깨는 꿈 사이에서
병이 보일 만큼
덜컥
마음이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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