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겨울 강가에 내리는 눈물 - 이철경

마루안 2021. 1. 30. 21:29

 

 

겨울 강가에 내리는 눈물 - 이철경


흐르는 물만이 기억하는
오래전 어느 해 겨울,
당신은
다시 오마 언약 후
안개 너머 사라졌네
흐르던 물길마저
세월에 지워지듯
해 뜨면 신기루 같은 이슬처럼
사무친 언약도 잊히고 말았네
뱃길 잃은 오래된 풍경

나룻배는
지워진 약속처럼
기억의 풍경에 머무를 뿐,

강변 갈대숲 사이를 떠날 줄 모르네


*시집/ 한정판 인생/ 실천문학사

 

 

 

 

 

 

쳇바퀴 - 이철경


다뉴브강의 잔물결에서
사의 찬미 듣다가 그날이 오면
바람과 나에게로 설정된 오토리버스
기억의 저편에 저장된
한물간 노래가
다소곳이 담긴 어쭙잖은 희망

멀고 먼 공간 이동에
고단한 길, 빵조각 뿌리듯
되돌아가려면 중독된 노래보다 좋은 건 없다
마녀 사는 동네에 긴 시간 머물다
집으로 향하는 시간은 언제나 녹초
그래도 일상에 지쳐 죽다 살아 나가는 쳇바퀴

새벽별 보고 나가
새벽에 보았던 별을 헤며 되돌아가는 길
도시의 불빛 아득히 느껴질 때
수없이 많은 모래알보다
하찮은 중년의 등 뒤에 흐르는 삶의 찬미

하찮은 아이를 좋아했던
그 소녀는 잘 있는지
새벽별처럼 반짝이던 눈동자는
여전히 은하수처럼 빛나고 있는지,
짐짝 같은 전철에서 내리자 겨울비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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