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술집 간 지가 언제인가 싶게 까마득하다. 방역 상황에 따라 2단계니 2.5단계니 하지만 나는 스스로 3단계라 여기며 생활한다. 밀집 지역에 가능한 가지 않는 것, 가더라도 최소한의 시간만 머물다 나온다. 공공장소에서는 전화 통화는 물론 대화도 하지 않는다.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이 접촉하는 것 빼고는 지인들도 만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한다. 워낙 싸돌아다니는 편이라 처음엔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툭 하면 떠났던 여행도 가고 싶어 좀이 쑤시더니 이제는 조금 적응이 된다.
이 징글징글한 나쁜 놈의 코로나 때문에 감옥살이가 따로 없다. 이럴 때 책 읽는 재미라도 없었다면 어떻게 견뎠을까.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이런 때 부지런히 읽자는 생각이다. <술은 잘못이 없다>라는 이색적인 제목에 끌려 읽었다.
저자인 <마치다 고>는 소설가이자 시인이고 배우에 가수까지 겸한 일본의 작가인데 톡톡 튀는 문장력이 대단하다. 30년 술고래의 금주 에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을 예찬하는 글은 많으나 금주 예찬은 드물다.
저자는 23살에 술은 마시기 시작해 53살까지 술병을 옆구리에 끼고 살았다. <살아 있는 자에게 마침내 죽음이 있다면 이승에 있는 동안은 즐거움을 달라>. 이런 시가 있듯이 인생에서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는 넘쳐난다.
그랬던 사람이 술을 끊고 나서 금주의 좋은 점 세 가지를 나열한다. 살이 빠져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수면의 질이 향상 되었으며, 경제적 이익이 생겼다. 이 외도 정신이 맑아졌고 술로 인해 멀어진 대인관계가 개선되었다.
흔히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함께 술을 마셔보면 안다는 말이 있다. 맞다. 맨정신의 실수보다 술기운에 실수가 많다. 말실수든 사고든 술꾼의 실수가 치명적인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자신만 망가지는 게 아니라 가족의 영혼을 파괴한다.
술을 끊으면 음주운전도 할 필요가 없다. 음주운전으로 단속에 걸리는 사람이 있지만 술 마시고 운전하는 사람 중에 몇 명이나 걸릴까. 100명 중 한두 명이다.
나머지 98명은 음주운전은 재수가 없을 때 걸린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거나하게 취해 운전석에 앉는다. 기분 좋게 마신 술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거나 장애인으로 만든다. 음주 사고는 심신 미약으로 형량도 감면되는 일이 다반사다.
나도 술을 마시지만 지금은 절주하는 편이다. 술자리가 있다면 자다가도 일어나 불원천리를 마다하고 갔던 적이 많다. 2차, 3차가 없으면 허전했는데 절제술이 생기니 술자리는 피하거나 최대한 짧게 끝낸다. 남은 인생에서 금주는 자신 없지만 절주는 한다. 저자처럼 나도 정신이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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