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 허유정

마루안 2020. 12. 18. 22:08

 

 

 

난데없는 전염병으로 한해가 온통 엉망이 되었다. 처음엔 이 난리통을 몇 달 참으면 되겠지 했는데 진정이 되기는커녕 갈수록 태산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는지 감염자 숫자에 많이 둔감해진 편이다.

 

올초 마스크 대란 때는 살다살다 이런 일도 겪으며 사는구나 했다. 천정부지로 뛴 가격은 시장 원리 상 그렇다쳐도 사려해도 살 수 없는 것이 분통이 터졌다. 아무 날이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정된 날짜에 신분증이 있어야 마스크를 살 수 있는 기막힌 시절을 보냈다.

 

그래도 한해가 간다. 며칠 전 연말을 일찌감치 조용히 집에서 보내기로 작정하고 여러 책을 주문했다. 그 중에 하나가 이 책이다.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책 제목이 너무 착하다. 제목만 착한 게 아니라 내용도 착하기가 완전 무공해다.

 

세상에 나온 이상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먹고 싸고 써야 한다. 코로나로 비대면이 미덕인 세상이 되었고 식당도 맘대로 갈 수 없다보니 배달업이 호황이란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해도 그 댓가가 넘쳐나는 일회용 플라스틱이다.

 

사는 것이 이미 지구한테는 해를 끼치고 있다. 누군가는 그랬다. 이렇게 흥청망청 살다가는 곧 지구가 멸망한 거라고,,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착각이다. 지구는 멸망하지 않는다. 인류가 멸망해서 지구에서 사라질 뿐이다. 

 

인간 없는 지구는 다시 원상 복구를 하며 평화롭게 돌아갈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끔 든 생각이다. 이 땅에 발 붙이고 사는 이상 완전 무해한 사람은 될 수 없다. 먹기 위해 식물이든 동물이든 축내야 하고 먹고 나면 싸야 한다.

 

내가 내린 변기 물이 어디로 가는가. 오염된 물은 정화를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고 내가 내뿜는 탄소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 시킨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가능한 적게 먹고 적게 쓰자. 가능한 고기보다 채식을 하자. 

 

이 책을 읽으면 실천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요즘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제로웨이스트>다. 꼭 이 영어 단어뿐일까 싶기도 하나 대체할 단어가 없으니 나도 제로웨이스트라 하겠다. 살면서 완전 무해한 사람이 될 수 없듯이 쓰레기 하나 만들지 않는 삶은 없다.

 

이 책의 저자 허유정은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옆에 두고, 불필요한 쓰레기는 최소한으로 만들면서 살려고 한다. 깊이 공감한다. 아름다움 삶은 환경운동을 하고 동물복지를 외치는 것도 좋지만 내 삶을 비우고 소박하게 사는 것이 먼저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실천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가 하나씩 실천하면서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쓰레기 줄이는 방법이 쏙쏙 들어온다. 책 크기는 작지만 많은 공부를 하게 하는 묵직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