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상대성 이론이라는 이름의 기차 - 박인식

마루안 2020. 12. 17. 19:39

 

 

상대성 이론이라는 이름의 기차 - 박인식

 

 

타고 길 떠날 때보다 철길 건널목에서

지켜볼 때가 더 좋다

냇물에 징검돌가듯 가는 기차에 서 있는 내가 간다

길을 옛길

맨 처음 기차와 만난 수십 년 앞 시간의 길

 

기차는 지나가고 건널목 맞은편 영화관이 문을 연다

기차가 얼마나 멀고 긴 시간 길을 되돌렸는지

극장 안으로 들어선 나는

일곱 살

사라진 기차는 먼 기적소리로

그 인생극장 영화 주인공이 '나'라고

그 '나'는 예순 해 앞 소년이 아니라

막 건널목을 건너온 오늘의 소년이라 말해준다

 

기차에 먼 산 가듯 가는

기차에 먼 시간 구르듯 구르는

 

 

*시집/ 겨울모기/ 여름언덕

 

 

 

 

 

 

그때 - 박인식

 

 

산을 오르던 그때

 

하늘서 내려온 능선과

바다에서 올라온 골짜기가

산정에서 만나 내외하며 살던 그때

 

인생 고개 넘고 넘어

산을 내려오던 그때

 

능선이 골짜기로 돌아서고

산이 물로 돌아서

 

골짜기가 능선과 갈라서고

물이 산과 갈라서

 

사랑이 돌아서던 그때

사랑이 갈라서던 바로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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