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기러기표 - 서정춘

마루안 2020. 11. 16. 21:21

 

 

기러기표 - 서정춘

 

 

나는 안다

아웃집 옥탑방의 빨랫줄에 걸려 있는 양말 한 짝이 바람 불어 좋은 날 하릴없이 펄럭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누군가가 안쓰러워진 양말짝에 기러기표 부표를 달아주면 구만리장천으로 날려버릴 바람이 불어올 것을

 

 

*시집/ 하류/ 도서출판b

 

 

 

 

 

 

11월처럼 - 서정춘

 

 

전설 같은 노래라지

딸기 먹고 딸을 낳고

고추 먹고 아들 낳고

희망일기 쓰면서 흥흥거렸지

시간농사 지으며 흥흥거렸지

바야흐로 끝물 전에 도둑맞듯

아들 딸 남의 손에 얹어주었지

돌아와, 아내와 나

의지가지 작대기로 남게 되었지

11월처럼

 

 

 

 

# 서정춘 시인은 1941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죽편>, <봄, 파르티잔>, <귀>, <물방울은 즐겁다>, <이슬에 사무치다>, <하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