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11월 28일, 조력자살 - 미야시타 요이치

마루안 2020. 11. 12. 22:40

 

 

 

2018년 11월 28일, 다계통 위축증(MSA)을 앓던 50대 일본 여성 고지마 미나가 스위스 바젤에 있는 <라이프서클>에서 숨을 거둔다. 라이프서클은 스위스 의사 <에리카 프레지크>가 만든 단체로, 지난 2011년 설립된 이래 매년 약 80건의 안락사를 진행해왔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언뜻 소설처럼 생각 되나 실제 있었던 일을 기록한 책이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미야시타 요이치>가 쓴 책이다. 2018년 8월 미야시타는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다계통 위축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고지마 미나가 보낸 편지다.

 

자신의 병을 잘 알기에 병세가 더 악화되기 전에 안락사가 합법인 스위스에 가서 죽고 싶다는 편지였다. 다계통 위축증이라는 병은 진행성 질병으로 몸 안의 근육이 점차 쇠약해지다가 죽음을 맞는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결국 침도 삼킬 수 없어 말을 못하게 된다.

 

이 책은 어떻게 미나가 죽음을 결심하게 되었고 스위스에서 죽음을 맞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어떤 소설보다 흥미롭고 몰입감이 생겨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한다. 읽고 나면 살고 싶어서 죽기로 하였다는 문장이 얼마나 정당한지를 공감하게 된다.

 

독신이였던 그녀가 죽음을 맞는 11월 28일 아침이다. 두 시간 후면 이 세상에서 사라질 그녀가 휠체어에 앉아 마지막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고지마는 지난 51년간 매일 맞이한 아침과 전혀 다름없이, 또 내일이 찾아올 것처럼 담담히 음식을 입으로 가져걌다.

 

이후 절차에 따른 과정을 거쳐 침대에 누워 의사와 마지막 대화를 나눈다. 

"당신에게는 수액 바늘이 꽂혀 있습니다. 스토퍼를 열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습니까?"

"네, 저는 죽습니다"

"미나, 죽고 싶다면 스토퍼를 열어 주세요,"

"그러면 열게요. 고마워요. 여러가지로."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고지마는 왼쪽 손목의 스토퍼를 비집어 열었다. 이걸로 모든 것이 끝났다. 끝없이 고통받던 세월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결국 염원하던 안락사를 이루고 고지마 미나는 51년간 이어온 삶의 막을 내렸다.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운명이란 걸 믿는다. 누군가의 조정으로 내 의지가 아닌 정해진 운명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물론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하면서 살았다. 훗날 내 죽음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나도 이런 상황이 온다면 미련없이 이 방식을 택하겠다.

 

최소한의 사람만이 모인 약식 장례식에다 어떤 기념도 하지 않기를 원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무덤도 묘비명도 만들지 말 것이며 찾기 어려운 나무 아래 묻히는 수목장이면 끝이다. 그리고 가능한 빨리 잊혀졌으면 한다.